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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Nov 23. 2021

그리스 4 : 국제미아가 될 뻔하다

퍼즐 세계일주


8월 9일

기상후 어제 봤던 마당의 의자와 탁자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간단한 빵과 주스와 티가 바에 준비되어 있었고 셀프였다. 계속해서 여러 종류의 빵으로 먹었지만 빵이 다 맛있었다. 여기는 한식당이 없으니 매일 빵만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아 신기했다.

Mama's hotel 에서 조식

식사 후 다음날 묵을 호텔 예약과 렌터카 예약 때문에 어제 다녔던 골목길을 다시 가보았다. 가다가 전망 좋고 이쁜 호텔들을 직접 보고 방을 예약하기로 했다. 어젯밤에 보았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낮에는 따듯한 햇살, 파란 바다,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이쁜 호텔들과 상점들로 한가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시장풍경(왼)                                                                                       당나귀(우)

예전에 베니스의 골목을 다녔을 때처럼 예쁜 곳이었다. 몇몇 괜찮은 호텔이 있었으나 성수기라 이미 방이 다 찼다고 했다. 그러다가 Mama’s hotel이라는 곳에 갔었는데 방이 하나 남았다고 했다. 단 침대가 트윈이었는데 침대 두 개를 붙여서 더블로 만들었다. 가격도 괜찮았다. 외관이 파란색으로 예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었고 무엇보다 전망이 좋았다. 높은 전망은 바로 앞에 바다와 화산 벽의 흰 집들이 바로 보이는 곳이었다. 방 내부도 넓고 깨끗했다. 주인아저씨도 인상이 선 해 보였다. 바로 체크인을 하고 렌터카를 알아봤다. 호텔에서 조인하는 렌터카 업체가 있었다. 벤츠 스마트를 타고 싶어 얘기했는데 가격도 좋았다. 그러나 간만의 차로 벌써 예약이 되어버렸단다. 윽! 아쉽다. 예전에 파리에 갔을 때 스마트를 처음 보고 너무 귀여워서 인상적이었다. 2인용으로 작아도 그래 봐도 벤츠라고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어제 묵은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그 호텔에서 거래하는 렌터카를 통해 알아보니 지금 딱 현대 엑센트만 남았단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더 이상 차가 없어 할 수 없이 계약을 했다. 계약하면서 보험가입 여부를 물었다. 보험금이 차 빌리는 값만큼 비싸긴 하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돈이 아까워서 우리는 보험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강심장이었다. 남편은 장롱면허였다가 차를 구입하여 운전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운전하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피라마을

일단 출발해서 섬 일대를 돌기로 했다. 가고 싶은 비치로 가기로 했다. 가다 보니 해변이 나오는데 어느 비치인지 표지판이 없었다. 검은 모래에 비교적 경사가 있는 해변이라 해수욕하기엔 좋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물놀이와 선탠을 하고 있었다. 나는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너무 더워서 지중해 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아쉽지만 발을 담그는데 만족해야 했다. 바닷가 맞은편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있었다. 그 풍경도 장관이라 폼을 잡고 한컷 찍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다른 비치를 가기 위해 움직였다.

   어느 정도 가니까 인적이 드문 해변 바위와 풀만 무성한 곳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없는 외딴곳이었다. 더구나 모래사장에 바퀴가 빠진 것이다.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닌데 차는 움직이지 않았고, 차의 힘이 너무 약해 뒤에서 밀었는데도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그런데 바로 생각지도 않게 차 한 대가 뒤에 오는 것이었다.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닌데 온 것으로 보아 우리 차의 바퀴를 보고 그 차도 잘못 온 것 같았다. 우리는 손을 흔들어 도움을 요청했다. 한 백인 남자와 아들로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나중에 얘기하니 독일인이란다. 그 독일인이 차에서 내려서 함께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전화기가 있냐고 우리에게 물었다. 불행히도 우리는 없었다. 자신의 전화기로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러면 우리는 비용을 물겠지? 온갖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두대의 오토바이가 뒤따라 온 것이다. 한 사람은 바로 스노클링을 하러 바다에 들어갔다. 현지인인 듯한 다른 한 청년이 와서 모래 속에 묻힌 바퀴 주변의 모래를 손으로 쓸어내며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남편이 시동을 켜고 나와 독일인 아저씨, 현지인 청년 총 세명이 뒤에서 밀었다. 몇 번 끝에 드디어 움직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도와준 그들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감사의 말을 두 사람에게 전하고 독일인이 먼저 차를 움직여 나갔고 그다음에 우리가 나갔다. 그 그리스인 청년은 고맙게도 우리가 나가는 길까지 차를 안내해 줬다.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정말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람들 같았다.

 

피라마을
정말 아찔한 경험을 한 우리는 잠시 쉬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가다가 또 다른 비치를 봤는데 아까 본 곳보다 좀 더 크고 대중화되었다. 비치베드가 놓여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도 검은 모래였고 경사가 아까보단 완만하지만 썩 좋지는 않았다. 산토리니 해변이 해수욕하기엔 별로 좋지 않은 듯했다. 우리는 시간을 이미 허비해서 그냥 이아마을로 가기로 했다. 산토리니섬은 규모가 큰 피라 마을과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이아마을이 있다. 우리는 피라에서 묵고 있고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이아로 갔다. 가는 길에 사거리에서 반대방향으로 와서 한때 우리 때문에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그 당시는 내비게이션이 없어 지도를 보며 길을 가는데 이아마을이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었고 가는 길도 험했다. 구불구불 S자 길이 많았다. 마치 설악산 가는 길과 흡사했다. 더구나 낭떠러지인데 펜스가 하나도 없었다. 초보운전에 자칫 잘못 운전했다가는 낭떠러지에 추락할 정도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다. 가는 길에 멋진 경관들을 보며 산토리니의 또 다른 면을 봤다. 피라마을에서 저쪽 끝으로 이아마을이 보이긴 했으나 보이는 곳보다 훨씬 멀었다.

어렵게 이아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아마을은 생각보다 피라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덜 아름다웠다. 그리스 정교 교회도 피라의 것보다  덜 아름답게 보여 실망스러웠다. 선셋을 보려고 했는데 해가 지려면 아직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싶었다. 우선 점심을 거른 관계로 주차를 하고 근처 식당은 보이지 않아서 슈퍼로 갔다. 슈퍼에 가서 요구르트와 그리스 전통 과자를 샀다. 꿀에 절여서 아주 달았다. 가게에 낯익은 만 원짜리 지폐가 벽에 붙어있었다. 물어보니 한국인 친구가 줬다고 한다. 그 아저씨는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얘기를 하고 선셋 보는 곳을 물으니 조금 더 가면 다 선셋 지역이라고 했다. 나와서 길가에서 식사를 간단히 하고 하얀 집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왜 이아가 더 아름답고 아기자기하다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아의 끝
이아의 끝자락(왼)                     이아의 선셋(우)

화장실도 가고 싶고 시간 보내기가 지루해 차 없는 길이라는 표시의 막대가 있는 길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암스텔이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들어가서 음료만 마시려고 했는데 이왕 여기서 저녁을 먹고 선셋 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봉골레 스파게티와 문어와 멜론을 시켰다. 이런 웬일! 전날 피라에서 시켰을 때는 푸짐하게 사이드 디쉬까지 나와 맛있었는데 여기는 달랑시킨 메뉴뿐이었다. 더구나 문어는 구운 문어를 작은 접시에 달랑 가지고 왔다. 스파게티는 불고 딱딱하고 소스도 빈약하고 고기에서 냄새가 나서 맛이 없었다. 문어는 맛있긴 했으나 너무 짰다. 배고픔에 겨우 먹고 과일을 기대하기로 했으나 멜론의 양은 많았지만 달지 않았다. 이 레스토랑에서 너무 실망한 나머지 기분이 상했다.  선셋까지 기다리려고 하였는데 주인이 싫어하는 눈치였다. 손님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결국 조금 앉아있다 나왔다. 길을 쭉 가는데 비로소 아름다운 이아 거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세상에! 그동안 이아인 줄 알았던 곳은 이아의 입구일 뿐, 안에 들어와 보지도 않고 시간을 때우고 실망하고 있었으니 너무나 속상했다. 차 없는 거리 표시인 막대기부터가 본격적인 이아마을이었던 것이다. 안내를 잘못 받은 것이다. 걸을수록 피라보다 더 아기자기함을 볼 수 있었다. 가다가 아름다운 그리스 정교 교회가 있었다.  그리고 길 따라 가는데 선셋을 보러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길은 더 좁았다. 쭉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선셋이 이미 끝났단다. 우리는 선셋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선셋 때문에 이아까지 왔는데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너무나 속상해서 울고 싶었다.  밤의 이아 거리를 걸어오면서 상점 구경도 하고 기념 선물도 샀다. 아쉽지만  날이 어두운 관계로 이아를 떠나 피라로 돌아갔다. 어두워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결국 도착해서 차를 렌터카 회사 앞에다 세웠다. 무사히 사고 없이 잘 갔다 왔다.  피곤한 몸으로 걸어서 숙소까지 가야 했다. 전망은 좋으나 높이 올라가야 해서 힘들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씻고 잠이 들었다. 피곤하고 사건 많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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