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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Nov 02. 2021

고마운 선생님

아주 평범 씨의 인생 이야기

  인생에서 세 가지의 중요한 만남이 있다고 한다. 스승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배우자의 만남.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런데 그 많은 선생님들 중 불행히도 좋은 분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면서 늘 ‘나는 스승과의 만남의 복이 없나 보다’ 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스쳐가는 성함 세자가 떠올랐다. 강자 오자 석자 ‘강오석 선생님’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어릴 적 우리 집은 가난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대전에서 이불 보따리 하나 싣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왔다. 본래 내성적이고 말이 없던 나는 학교에서도 조용한 아이였다. 더구나 부모님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시느라 고단한 삶을 사셨다. 자연히 큰딸인 나는 어린 나이에 집안일과 동생 돌보는 일을 하며 지냈다. 그래서 일찍 철이 들었고, 삶의 무게에 눌려 늘 어두웠다.  별로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들도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셨다. 그런데 5학년이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자료부장을 시켜주셨다.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임원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활달한 성격의 친구와 짝을 지어주시면서 자료부장을 맡기셨다. 자료부장이 하는 일은 수업시간에 필요한 물품들을 자료실에서 가져오고, 갖다 놓는 일이다. 단순하면서도 드러나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활발한 친구의 영향을 받아 내 성격이 밝아지고, 중요한 직책을 맡기시면서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시는 선생님의 의도가 있으셨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그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고 성격도 조금 더 밝아졌다. 선생님은 자상하시고 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나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 그래서 가장 내 기억에 남았나 보다. 선생님은 반에서 1등 한 아이를 업고 교실 한 바퀴를 돌곤 하셨다. 마치 과거 급제를 한 행렬이 도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것이 부러워 열심히 공부했는데 늘 아깝게 1등을 놓치곤 했다. 그렇게 5학년을 마치고 6학년으로 진급을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6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친한 사이셨다. 6학년 다른 반을 맡으셨는데 자주 놀러 오시곤 하셨다. 그런데 오실 때마다 6학년 담임선생님께 나를 칭찬해 주시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여름 방학 숙제로 ‘탐구생활’을 하는 숙제가 있었다. 나는 열심히 해서 탐구생활 책만 내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노트를 만들어 거기에 추가 설명과 관련 사진, 그림들을 붙여서 냈다. 그런 부분들과 예의 바르고 성실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덕분에 자존감이 늘 낮았던 나에게 큰 용기를 주셨던 것 같다.

예전에 ‘아이 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가 붐이었던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학교 동문을 찾아주는 사이트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출신학교를 입력하면 친구와 선후배를 찾아준다. 1999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국내 커뮤티니 사이트 가운데 최단기간 500만 명 회원을 보유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 사이트를 통해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이 연락이 되어 선생님을 모시고 반창회를 하게 되었다. 스무 살 후반쯤 되었을까? 그때 6학년 때 선생님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떠오르고 궁금했다. 두 분이 친분이 있으시니 여쭤보면 연락처를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후회가 된다. 그 당시에 그분이 아빠 나이와 비슷하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40대 후반이나 50대쯤 되셨을 텐데 말이다. 지금은 70~80대 정도 되셨을 거 같다. 살아 계실지 편찮으시지는 않으실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좀 더 젊으셨을 때 만나 뵙고 그때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요새는 개인정보 때문에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6학년 때 선생님도 좋으신 분이셨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좋으신 분이셨다. 그런데 5학년 때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특별히 좋으신 분이셨다. 아마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감사한 스승이 아닐까? 처음으로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용기와 격려를 해주신 그분.

 “강오석 선생님! 뵙고 싶습니다. 그때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마음으로나마 수없이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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