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2010년 1월에 버킷리스트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좀 창피한 일이었지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버킷리스트가 뭔지 몰랐다. 버킷리스트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bucket list?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말한다"
다 읽고 나서 다이어리에 또박또박 크게 3가지만 적었다.
1. 교수
2. 오케스트라 단원
3. 장학재단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냥 적었다.
1. 교수
첫 번째로 교수가 되는 것으로 정했다. 학위를 취득하여 00 대학에 대학생들 대상으로 강의하는 게 내 꿈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든든한 백이나 후원이 없었다. 그냥 성실과 열성만 있었다.
어느 날, 지도교수님이 "00 과목을 강의할 수 있겠냐?라는 질문에 "네? 제가 강의를 할 수 있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지도교수님은 경력도 있고 소논문도 썼으니 가능하다고 하셔서 고민 없이 바로 그 자리에 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2년 동안 교수는 아니지만 시간강사로 대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나에게는 기적이었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2. 오케스트라 단원
두 번째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이다. 악기 연주하는 것을 좋아해서 6학년 때 피아노를 배워 1년 만에 교회 반주자로 활동했다. 하지만 계속 피아노를 배울 수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손가락 길이가 너무 평범해서 중단했다. 피아노가 아니라도 어떤 악기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예전에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보고 바이올린으로 아름다운 소리에 푹 빠졌다. 꼭 해야겠다는 마음만 가졌고 나중에는 직장 다니면서 3년 동안 바이올린 레슨을 꾸준히 해왔다. 3년째 되는 해가 2010년이다. 오케스트라 단원이라 목표를 정했으니 뭔가를 해야 하는데 수소문 끝에 교회에 스몰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다고 하여 일요일 예배 때만 연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드림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는 동호회 카페가 있었는데 (지금은 활성화되지 않음) 몇 달간 참석을 하여 연습을 했고 나중에는 무대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여 연주하게 되었다. 그때 캐리비어해적을 연주했었던 기억이 난다. 10년 전에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3. 장학재단
세 번째는 장학재단 설립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직접 장학재단을 세워서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일한 급여가 나에게는 먹고 생활하기가 빠듯하였다.
어느 날, 00 학교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가게 되었다. 학창 시설 때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었는데 그때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교수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큰 거 아니라도 꾸준히 후원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지 여쭤봤지만 아직은 없다고 하셨다.
근데 그다음 날, 연락이 왔다. 동문회에서 뜻을 모아 사회복지학과 장학재단을 만들겠노라고... 그러니깐 나의 아이디어를 참고해서 교수님은 장학재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지역신문에 나왔다고 하던데... 또 그렇게 되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후배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