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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다 Jun 29. 2021

놓고 싶지 않은 것

몸 던져보기


나를 둘러싼 무수한 것들은 둘 중 하나이다.

그만 놓아버리고 싶은 것과

도저히 놓을 수 없는 것.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어쩌면 악기를 연주하거나 운동하는 것은 물론

사람을 만나는 일까지도

모두 그 둘 중에 속해버린다.

어느 쪽이든 묵묵히 수행하다 갑자기 불에 댄 듯

놀라며 확 뿌리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내가 그것을 사랑했던 때를 떠올린다.

-

처음은 거의 순조롭다.

처음 글을 썼던 일을 예로 들자면,

마치 아이가 처음 글자를 깨치게 된 순간처럼

모든 단어들이 눈에 새롭게 익혀지는 놀라움을

경험했다.

'쓰이기 위해' 떠오른 단어의 의미를 되뇌다

비슷한 의미라도 단어마다 가지는 무게와 온도를

가늠하며 어울리는 결합을  찾아갔다.

'사랑하는 마음, 애정 하는 마음, 사모하는 마음'

'버리다, 내려놓다, 떨구다'

'사랑하는 마음을 내려놓다.'처럼

-

그렇게 태어난 한 문장은 신선함과 애정을 줬다.

그러다 필력 좋은 작가의 유려한 문장들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레 느끼게 됐고 점점 그 결합을 뜯어보다가 어느 순간 쓰기 위해 문장을 헤쳐봤다.

그 눈 때문에 사라진 순수한 독서의 즐거움이

그립기도 하다.

무엇이든 어설프게라도 운을 떼면 자기 안에서 다른 의미가 생겨나서 처음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후회할지언정.

-

가끔은 어깨가 무겁다.

양 손에 놓아버리고 싶은 것과 놓을 수 없는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무엇도 선택하지 못해서

자주 갈팡질팡한다.

그럴 때면 우리의 가장 좋았던 순간을 생각하며

몸을 던져본다.

예를 들어, 이렇게 글을 써본다.

그러고 나면 그것과 나 사이에 좋은 계기가 생긴 것

같아서 조금 안도감을 느낀다.

놓아버리고 싶은 것도, 놓을 수 없는 것도 아닌

놓고 싶지 않은 것으로 남을 그런 계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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