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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다 Jun 22. 2021

우회적인 표현

세 켤레의 구두

아이를 키우며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중에 하나는 신발이다.

구두를 신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째인가.

임신기간까지 합하니 거의 10년이 다되었다.

그럼에도 내 신발장에 떡하니 굽이 높은 구두가 놓여있다.

아빠가 사준 구두다.

돌이켜보면 아빠는 아주 기념할 만한 날마다 나에게 구두를 선물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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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번째 구두는 커다란 큐빅이 달린 검은색 에나멜 구두였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어디 중요한 곳에 갈 일이 생기면 신고가라며 사주셨다.

처음 구두라는 걸 신고 맞지 않게 뛰어다니고 질질 끌고 다니고 하는 바람에 굽을 몇 번이나 갈다가 결국에는 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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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결혼식을 앞두고 사주신 검은색 가죽 구두였다.

그날은 아빠가 갑자기 구두를 사준다길래 따라나섰다.

한참 걷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빠랑 둘이 걸어 나온 게 정말 오랜만이라 내 손을 어째야 할지 몰랐다.

애교스럽게 팔짱을 끼자니 어색하고 손이라도 잡을까 싶다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관두고 그냥 옆에서 걷기만 했다.

아빠도 매장을 두리번거리며 적당한 곳을 찾고 있는 척했지만 아마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둘은 그저 나란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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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마침 마음에 드는 구두를 발견하고 아빠 앞에서 몇 번 이리저리 걸어보고 신었다 벗었다 해 보였다.

그 구두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도 그저 나란히 걸으며 나는 짧게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누군가의 결혼식에 갈 때마다 애지중지 아껴둔 그 구두를 신는다.

아빠는 무뚝뚝한 딸을 둔 덕에 그 구두가 잘 있는지도 모르시고, 여태껏 신발장을 열 때마다 아빠에게

'고마워'라고 마음을 전하는 것 또한 모르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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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중에는 구두를 사러 나선 그날 살갑게 팔짱을 끼던 손을 잡던 하지 못한 것과 구두를 신어보며 '정말 예쁘다. 너무 좋다.' 호들갑 떨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아빠 모르게 글로만 남겨두는 어쩔 수 없는 딸은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 대신 매번 우회적이고도 너무 우회적인 표현 방법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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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구두 선물을 해주셨는데 둘째 아이의 돌 때쯤 단정한 단화를 사주셨다.

그러고 보면 아빠야말로

'아빠가 항상 응원하는 걸 잊지 말아라.'라는 말 대신

꾸준히 '구두'를 선물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써오셨나 보다.

덕분에 매일 신발장을 열 때마다 아빠의 응원을 받는다.

'너에게는 아빠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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