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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다 Jul 31. 2021

계곡과 돼지고기

반복되는 추억들

여름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첫 물놀이는 계곡에서 시작했다.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무릎 언저리까지 오는 계곡물을 부지런히 헤치며 다녔다.

나는 행여 옷이 젖을까 드문 드문 드리운 나무 그림자 아래 서서 이따금 샌들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돌멩이들을 물속에서 휘적거리며 털어낼 뿐이었다.

아이들은 춥지도 않은지 금방 가슴까지 적시며 열심히 물장구를 쳐댔다.

-

적당히 거리를 둔 평상마다 부모들이 앉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계곡은 돼지 굽는 냄새로 꽉 찼다.

놀러 오면 왜 하필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지 모르겠다는 나조차 평상에서 돼지고기를 구워댔다.

물가에서는 꼭 돼지고기를 구워 먹자고 전날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 같다.

"내일 돼지고기 싸 와." 하고

-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도 늘 물가에 갈 때면 고기 굽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셨다.

아이스박스에 집에 있는 온갖 집기며 반찬을 한가득 챙기는 것으로 휴가의 아침이 시작됐다.

김치, 쌈장, 고추장, 마늘, 고추, 상추, 깻잎, 그리고 돼지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수저, 접시, 가위 등등 정말 말도 못 한다.

그것을 낑낑대며 좁은 차에 싣고 어느 다리 밑 평평한 곳에 돗자리를 깔고 싸가지고 간 고기를 불판에 구워대며 저녁까지 먹고 왔다.

나와 동생은 물놀이를 하다 아무렇게나 뛰어나와서 쪼글쪼글 해진 손으로 상추에 삼겹살을 싸 먹었다.

언젠가 왜 물 옆에서 고기를 먹는 거냐는 물음에 엄마가 '물이 흐르는 걸 보면서 먹으면 다 맛있어서'라고 대답하셨다.

'그렇구나. 흐르는 물을 보면서 밥을 먹으면 맛있구나. 그런 것도 같네.'

-.

젖은 옷은 빨래 짜듯 짜서 던져뒀다.

아직 차가운 기분이 남은 팔뚝에 적당히 데워진 새 티셔츠가 덮이면 이상할 만큼 편안해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푹 젖어 물속에 있던 것을 생각하면 괜스레 다 고되게 느껴졌다.

그 편안함과 고됨을 느끼면 집에 갈 시간이 된 것이다.

물에서 잡던 물고기 떼며 한가득 주워모은 의미 없는 돌멩이들, 우리가 편 돗자리 근처에 내리쬐던 햇볕 같은 것을 생각하다 동생과 머리를 맞대고 뒷좌석에서 졸며 물 밖을 향해 돌아갔다.

-

어딘가에 놀러 갈 때마다 고기를 구워대는 건 우리 모두 집집마다 끌고 다니던 그 아이스박스를 기억하기 때문인 건가 싶다.

엄마가 물에 들어가지 앉고 발만 적시는 것을 보며 엄마는 왜 수영이 하기 싫을까 의아해하던 나는 행여나 내 옷이 젖을까 주의를 기울이는 엄마가 되었다.

물론 아침부터 아이스박스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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