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업무상 일회성 만남이 잦다. 직접적으로 소통하지는 않지만 3자의 시선에서 담아내는 일을 하기 때문에 관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 같은 경우는 참여한 프로그램 인원 대부분이 가족 형태로 되어 있었다. 약 세 팀이 가족 구성이었으며 아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몇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며 발견한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아빠의 손이 늘 준비되어 있다. 아이의 손은 당연하다는 듯 준비된 아빠의 손을 잡는다. 수직적으로 부드럽게 내리 꽂힌 큰 손이랑 그 면적에 반도 안 되는 손들이 맞물릴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완벽해 보였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은연 중의 불안감 때문일까. 아빠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준다. 아이는 한쪽 손이 붙잡힌 상태에서 자유롭게 몸을 흔들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언제든 아이의 돌발적인 움직임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의 손과 그걸 당연하게 잡는 아이들의 이음새를 볼 때마다 괜스레 웃음이 튀어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빠가 아이와 손을 잡고 있을 때 엄마는 한걸음 떨어진 옆에서 머물고 있었고, 가족 구성 중 하나는 아이를 가운데에 끼고 양옆에서 아이의 양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부부끼리는 손을 잡지 않는다는 뜻 같았다. 특히 낯선 여행지일 경우에 더더욱.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웠다. 상황상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내 남편은 그런 상황에도 내 손도 꼭 잡아줬으면 좋겠다(본심).
그런데 또 부부는 늙어갈수록 서로의 손을 잡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뒤에서 혹은 앞에서, 옆에서 걷는 것은 자녀가 된다. 이제 누군가의 인도 없이 알아서 길을 잘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반면 부부는 늙어서야 서로에게 의지를 할 수 있다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손을 잡는다는 행위 자체로 가족의 개념이 이해가 되는 그림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면 나는 꼭 손의 움직임, 고로 움직일 때의 손의 모양새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바라보기만 해도 피부가 닿았을 때의 감촉이라던가 온도 그리고 사람 고유의 향이 상상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들을 보며 어렸을 때 나의 양옆에 꼭 달라붙어 손을 잡아주던 엄마 아빠가 떠올랐다. 그들 사이에 껴서 손 잡힌 채 손그네 타는 거야 말로 일생일대의 큰 낙이었다. 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면 꼭 그날의 하늘, 냄새, 손의 온기, 엄마 아빠의 젊은 웃는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렸을 때의 행복한 기억은 이다지 특별하며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때로 순식간에 돌아갈 수 있게 해 주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전달이 되니. 키 차이 때문에 공교롭게 두 팔을 위로 올려야 했었는데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그들은 공교롭게 더더욱 아래로 하강시켜야 했을 어깻죽지를 지금 나이가 되어서야, 낯선 공간에 와서야 조금씩 헤아리기 시작한다. 아빠는 애당초 손이 거칠었던 것 같고, 엄마는 갈수록 손이 거칠어졌던 것만 같다.
아무래도 돌아간다면 손을 잡아야겠다. 가만 보면 이제는 내가 잡는 거라는 사실이 꼭 내가 정말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시켜 주는 것 같다. 어떠한 세월의 흐름과 그로 인한 자연스러운 관계의 역전이 느껴진다 해야 하나. 그런데 누가 먼저 잡고 말고 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 손을 잡는다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한 거지.
그러니 돌아가면 손을 꼭 붙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