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향을 맡으면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정말 기묘하고 놀라운 일이다. 조금은 신비로운 현상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어떠한 향이 나의 향이 된다는 것은 무슨 기분일까? 몇 가지 전제들이 성립되어야만 한다.
그 향이 내게 정말 완벽하게 잘 어울려야 한다. 내게 어울리는 향을 찾는 여정이란 순탄하기만 하진 않을 테다. 그러려면 일단 내가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내게 어울리는 것의 교집합을 찾는 일. 단번에 찾아내기에 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색이 있고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수년간 스스로를 연구하여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끝에 기어코 남은 것들의 집합이 결국 나만의 이미지가 되는 것. 그 안에 필연적으로 향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선물 받은 것이나 단순 패키지가 예뻐서 호기심으로 소장한 향이 어울리는 기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우연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깝다.
어쩌면 기적보다 더 근사한 건 시간이 들더라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나만의 것을 하나둘 모아 나만의 컬렉션을 만드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어쩌면 한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나,
나도 언젠가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어떠한 향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