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경쟁심

by 유한성

은근한 견제가 각자의 성장에 이로울 수 있다는 걸 그 아이로부터 배운다.

첫만남은 유학 후 돌아간 초등학교 6-3반에서.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 3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다시금 고등학교 미술반에서 만나게 된 그 애. 그때는 좀 안 맞는 것 같았고 이제는 서로가 더할나위 없이 편하다 못해 필요한 존재이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이든 해내겠다며 이런 저런 직장 생활을 해내는 우리네들이다. 그런 와중 그녀가 대단한 이유는 굉장히 예술적이고 포괄적인 회화학부를 나와 그 드넓은 세상에서 꾸물꾸물 제게 어울리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교집합을 탐구해내 그러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일을 하며 희열을 느끼고 그 다음 단계까지 고민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보면 새삼 우리가 그새 잘 자라났다는 안도감과 그녀의 미래가 걱정보다는 기대가 된다는 점에 있어 신기하다.

며칠 전에는 지금 내가 몸 담아 있는 곳에서 업무로 인해 밤 새울 일이 있었는데, 기회가 되어 함께 숙박하던 와중 그 아이는 카톡으로 열심히 일하는 나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고 어느 한편으로는 자극도 받았다 했다. 공교롭게 바로 다음 날 그 아이가 이직한 편집샵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저와 쏙 빼닮은 공간 안에 우뚝 서있는 그 애를 보며 나 또한 찌릿찌릿한 자극을 받았다.

디깅을 잘 하는 그 애를 보며 동경심을, 어느 때보다 감정 표현을 잘하던 그 성격에 대한 부러움을, 우여곡절 끝에 늘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는 그애를 가장 가깝다 믿어의심치 않은 곳에서 응시하며 우리 관계가 제법 건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애가 더 또렷해지고 더 잘 되면 그건 묘한 경쟁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나는 그 아이와 함께 하는 관계를 통해 어떠한 경쟁심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건 시기 질투와는 거리가 먼 종류의 감정이다. 본인이 더 본인답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행위를 한다거나, 정말 마음에 드는 일 혹은 지금 당장엔 힘겹지만 그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나로 거듭나기 위해 감수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그렇고 싶다 생각하게 된다. 나보다 더 나아서 모자라서가 아니라 자극을 받아서 그 친구와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나 또한 내게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 할 수 있겠다.

스물 중반을 들어서며 곁에 있어주는 그리고 내가 곁에 있고 싶은 사람들을 온마음으로 느끼며 매일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요즘. 다양한 감상이 오가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가까지 닿아있는 그녀에게서는 이런 느낌을 얻어냈다.

스물여섯에 이르러 가장 마음에 드는 관계를 인정하고 마주하며.

너 진짜 멋지다.

라는 말을 순도 100%의 농도로 스스럼 없이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나도 더 멋있어질게.

를 통해 너를 통해 얻는 자극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음을 도모할 수 있으며,

우리 더 멋져지자.

라 말하며 끝없이 함께하며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건, 아무래도 정말 근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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