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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성 Dec 08. 2022

비상


저항없이 수평선 너머로 쏟아졌어요

순식간에 땅과 하늘의 개념이 뒤바뀌어요

끝없는 낙하에 손끝이 중력을 거슬러요

애처로운 그 끝을 향해 팔 뻗는 이가 없더랬어요

처절함이 단숨에 숙연함으로 변모해요

느리게 눈을 감고 온몸으로 중력을 느껴요

그러다 보면 익숙해져요

그래서 눈을 뜨잖아요

주변이 온통 별 밭이에요

황홀경에 넋놓고 눈에 주워 담기도 잠시

등어귀가 간질거려 손을 뻗어 더듬거리니

보드라운 것이 손끝을 쓰다듬어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있잖아요 나는 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 이건 추락이 아니라

비상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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