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좋은 삼형제
가족의 의미는 다양하다.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형태는 결혼으로 인해 생긴 가족의 의미를 소개하고자한다. 스물 다섯 살에 결혼하여 오씨 집안의 막내며느리가 되었다. 남편은 3남1녀의 막내로 위로 형님 두 분과 누나가 있다. 형제 자매간의 터울이 좀 있어서 막내라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큰 형님과 작은 형과는 터울이 많이 난다. 그래서인지 두 형은 동생을 많이 위한다. 큰 형은 동네에서도 공부 잘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집안을 일으킨 효심깉은 맏형이다. 부모님도 잘 모셨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품 좋다고 칭찬이 자자햇다. 결혼하고도 동생들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하였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동생들을 하숙하듯 집에서 학비대고 공부를 가르쳤다. 그 뒷바라지는 물론 큰형님이 하셨지만 그래서 동생들도 형을 부모님 대하듯 깍듯하다.
둘째형은 반듯한 공무원이었다. 모든 모임의 총무를 맡아서 할 만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그런분이다. 형님을 도와 궂은 집안일과 대소사를 누구보다 잘 챙기고 모임의 연락이며 장소 섭외 식당선정까지 알아서 척척 해 주는 만능해결사 같은 분이다. 큰형과 작은 형은 막내인 내게 늘 '제수씨 고맙다'며 토닥여 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결혼 하고 지금까지 형제간은 늘 우애가 좋다. 부모님이 돌아가시 전에는 시골집에 모여 명절을 보내고 제사도 지냈지만 돌아가시고 난 후 일 년에 한 번 봄이면 삼형제와 삼동서가 여행을 다닌다. 2박3일 함께 여행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세상구경도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닮아가는 삼형제의 모습과 성품을 이야기하다보면 참 가족은 신기하다.
이번 봄 서산에 있는 나의 세컨하우스에 모여 음식도 해 먹고 고스톱도 치고 근처 관광지를 여행했다. 수덕사에 가서 봄 꽃도 구경하고 점심은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더덕구이 정식을 먹었다. 반찬이 상다리가 부러질만큼 다양한 나물과 밑반찬이 나와 만족한 식사였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만남이 아쉬웠는지 가을에 한 번 더 모이자는 의견이 있다. 큰 형이 강원도는 여행을 해보지 않았다는 말에 모두 강원도로 여행하기로 하고 작은 형이 콘도, 여행일정을 계획했다.
2주 전 큰형에게서 연락이왔다. 광주에 사는 고모, 누나의 셋째딸이 결혼식을 한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숙소를 취소하고 결혼식을 본 후 증도에 있는 엘도라도 콘도를 예약해서 가자고 했다. 결혼식장에서 고모네 가족도 보고 결혼한 조카들의 자녀도 보고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점심은 뷔페에서 먹고 차를 타고 증도로 출발했다. 함평, 무안은 처음 가보는 곳이다. 차창밖의 풍경은 낮은 산과 황토 흙으로 물든 남도의 가을들판이 풍성하다. 가을 들녘은 풍성한 남도의 먹거리를 추수하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산도 낮고 평야도 작으니 평안한 느낌을 받았다. 콘도까지는 광주에서 100킬로를 달려 가야했다.
도착하니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어갔다. 숙소에 짐을 풀고 두 형님과 콘도 한바쿠를 돌며 큰형님이 딸과 함께 간 일본자유여행기를 들으며 천천히 걸었다. '아따, 이제 딸하고는 해외여행은 안갈라네' 형님은 젊은 사람과 함께 한 여행에서 지쳐있다.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근처를 검색하니 왕바위횟집이 오분거리에 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니 어둑어둑 해져 있다. 마당에 길냥이가 반기듯 꼬리를 흔들며 엎드려있다. 메뉴는 병어찜과 낚지메뉴를 시켰다. 남도답게 정갈한 밑반찬이 나왔다. 가지무침, 콩나물, 꽈리고추볶음, 열무, 김장김치,깻일, 오이무침, 물김무침, 모든 반찬이 맛있지만 김장김치와 열무김치가 으뜸이다. 이어서 나온 병어찜과 낚지 초무침, 탕탕이도 맛이 일품이다. 식사 후 콘도로 돌아와 삼형제는 고스톰을 친다. 천 원짜리 백원짜리 놓고 치지만 형제간에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삼동서는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른 아침 눈을 뜨니 밖이 훤하다. 궁금해 조용히 나와 조용한 바닷가를 돌아봤다. 펜션주변으로 걸을 수 있게 작은 길을 만들어 놓아 쉽게 바다로 갈 수 있다. 수평선 너머 잔잔한 바다가 흐르고 하얀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파도도 없이 잔잔한 바다를 보고 있으니 해외에 온 듯 바다풍경과 배경이 아름답다. 한참을 걷고 숙소에 오니 작은 형님네는 목욕을 가고 큰형님과 우리는 시골에서 가져온 밤을 삶고 단감을 깎아 먹으며 아침을 해결했다. 잠시 기다리니 목욕간 형님에가 오고 간단히 짐을 꾸린 후 무안으로 향했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고 인천까지 가야 할 우리를 배려해 이른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햇다.
삼십분 쯤 차를 타고 이동하니 작은 항구에 위치한 횟집이 나온다.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별로 없다. 농어와 조기백반을 시키니 밑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물회, 샐러드, 초밥, 가지탕수, 낚지탕탕이, 전어무침,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반찬이 나왔다. 회도 신선하고 쫄깃해서 작은 형님이 맛있다고 좋아했다. 남편이 회갑기념으로 점심값을 냈다.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맛있는 것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점심 식사 후 생선경매장이 바닷가에 있어서 함께 내려가 구경을 했다. 큰 시숙님이 갈치 한마리와 병어 한마리씩 아이스 박스에 포장해서 삼형제 집으로 가져가도록 했다. 아쉬운 마음에 근처 까페에 가서 차 한잔을 놓고 우리가 고향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정원에 나와 가족끼리 사진을 찍고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어선을 보며 여행에서의 아쉬움을 달랬다. 다시 한 번의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큰 형님은 늘 말한다. '동서지간은 법적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네, 그래서 더 조심해야한다'고 그 말이 맞다. 그렇게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조심했기에 지금까지 가족이 더 사이가 좋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두 분의 형과 형님내외분의 헌신과 배려가 가족의 의미를 지켜온 것 같다. 함께 한 여행에서 두 형님내외분이 조금 더 오래 건강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