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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Oct 18. 2024

노래의 힘

작은 음악회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허수아비 팔벌려 웃음짓고 초가지붕 둥근박 꿈꿀때 고개숙인 논 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만가는 ...

10월이면 어린이집은 참여수업을 한다. 부모님과의 소통창구이기도 하고 평소 아이들의 활동모습을 궁금해 할 부모님을 위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참여의 시간을 갖는다. 작년에는 운동장을 빌려 두 개이 어린이집이 연합해 운동회를 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 아빠도 아이가 되어 함께 뛰며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순수 그 자체이다.


  두 달전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장소를 선정하고 프로그램 준비작업을 한다. 교사회의를 통해 운동히와 작은 음악회를 했으면 하는 의견이 나왔다. 준비는 쉽지만 진행업체 선정과 운동장을 구하기가 힘든 운동회는 배제하고 논의 끝에 매년 가을이면 하던 작은음악회를 하기로 했다. 코로나 이후 몇 년만에 하는 것이라 조금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가을소풍이란 주제로 연령별 노래선택과 선물,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한 달전부터 연령별로 매일 오전에 한번씩 노래를 듣고 불러보았다. 놀이하는 교실에서 틀어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습득을 한다. 이 주 전부터는 아이의 목소리톤과 노래가 맞는지 들어보고 아이별로 노래를 배정했고 연습을 했다. 처음 친구들 앞에서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자신의 차례가 되면 나와서 인사하고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른다. 자신감이 생기니 더 잘하는 것 같다. 일 주일 전부터는 행사장소와 유사하게 세팅을 하고 아이들을 위한 스텐드마이크설치, 앰프를 놓고 행사 순서대로 진행을 하여 아이들이 환경을 예측할 하도록 했다.


  네 살반은 낯선 환경에 울음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지만 매일 과정을 반복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라 알려주니 울지 않고 앙증맞은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귀엽게 노래와 율동을 한다. 차례대로 한 줄로 아이를 세우고 일곱명의 공주님이 율동을 시작한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하늘에서도 서쪽하늘에서도 

어린송아지가 부뚜막에 앉아 울고 있어요. 엄마, 아빠 엉덩이가 뜨거워...엉덩이를 두드리며 한바퀴 도는 모습과 엄마 아빠를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칭찬 선물로  뽀로로 비타민 하나면 해맑게 웃는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이다.


  다섯살반은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든 솜사탕 (똑딱) 하얀 눈처럼 희고도 깨끗한 솜사탕 (똑딱)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갈때 먹어본 솜사탕 호호 불면은 구멍이 뚤리는 커다란 솜사탕 그리고 건너가는 길이란 제목의 노래를 부른다. 건너가는 길을 건널땐 빨간불 안돼요, 노란불 안돼요, 초록불이 돼야죠. 신호등이 없는 길에서 달려도 안돼요. 한 눈팔면 안돼요. 손을들고 가야죠. 노래를 부르며 '손을들고 가야죠'에 손을 들고 '안돼요'에는 팔로 엑스자를 그린다. 네 살보다는 조금 더 씩씩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여섯 살과 일곱 살 친구들은 노을과 아빠와 크레파스, 하늘나라 동화, 아빠의 자리라는 동요를 선정해 노래를 연습했다. 4-5명씩 각자 음색에 맞는 노래를 연습하며 아이들도 자신감이 드니 집에 가는 차 안에서도 흥얼거리며 엄마 아빠가 오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노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단어를 처음 들어봤고 알게 되었다는 일곱 살 친구도 있다. 형님 반 답게 손 허리하고 등장하는 모습부터 두 손을 꼭 잡고 곡의 흐름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중간 중간 숨쉬며 호흡하는 것을 알려주니 조금 더 편안하게 노래를 잘 부른다.


  행사 장소에는 숲속에 마당이 넓은 정원이 있는 까페를 선정했고 노래를 실내에서 부르고 야외에서는 자연스런 놀이와 레크레이션을 할 계획이다. 아이들을 위한 연령별 선물을 고르고 준비했다. 부모님을 위한 선물은 추억을 느낄만한 오렌지 쌕쌕 음료와 사발면 컵라면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당일 정원이 있는 숲속까페에 부모님을 초대했다. 수요일 오후 네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출발해 먼저 리허설을 하고 부모님은 개별적으로 초대한 곳으로 자가용을 타고 쏙쏙 도착했다. 평일이라 조금 부담은 있었지만 내 아이의 소중한 무대이니 일과를 부지런히 마치고 상기된 표정으로 도착하는 부모님들이다.


  준비된 공간에 의자가 세팅되어 있고 안내를 드리니 아이들을 기다리며 내 아이가 궁금한 부모님들 중 대기실에 관심을 갖는다. 어린 연령의 부모님은 가급적 아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엄마 아빠를 보는 순간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청바지에 흰색티셔츠를 입고 빨간 부직포로 만든 왕리본을 달고 무대에 등장했다. '너무 구여워' 사랑스런 눈빛이 느껴진다.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의 동영상 카메라가 켜지고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아이들도 처음 엄마아빠 앞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 하니 긴장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연습한 대로 차분히 무대를 즐긴다. 네살 아이는 울다가도 노래가 나오면 울면서도 율동을 하니 그 모습에 부모님들도 함박웃음이 터진다.


  아이들의 무대를 지켜보는 눈빛이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다.그리고 그 노래와 함께 잠시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듯하다. 노래의 힘은 대단하다. 특히 어린시절의 노래는 더욱 그렇다. 그 시절 불렀던 노래에는 그 시절의 감정이 들어있다. 특히, 나는 노래로 위로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인공지능이 가수와 똑같이 노래를 부르는 시대가 왔지만 그 시절 내가 자라면서 듣고 느꼈던 감정과 정서를 느낄 수 있을까? 아이들의 무대를 보며 가슴뭉클한 감동과 울컥 눈물이 났다는 부모님의 평을 들으며 우리 아이들도 이 노래를 기억하고 다시 생각하며 노래에 담긴 추억과 기억이 되살아나기를 희망한다. 난 오늘도 어아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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