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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Jul 30. 2024

봄날

고남리의 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몇 십년이 흘렀다. 일명 중년의 나이가 된 것이다. 고향의 의미도 없어지고 아이들도 훌쩍 자라 자신의 둥지를 향해 독립을 하는 시기가 되었다. 시골에 집을 가져보고자 하는 꿈이 생겼다. 현재는 일을 하고 있으니 주말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고 싶었다. 특히 아이들이 독립을 하며 시골이라는 정서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겨울방학기간 서산에 있는 일명 농가주택을 몇 군데 보았다. 집이 마음에 들면 금액이 비싸고 가격이 싸면 조건이 맞지 않았다. 우연히 들린 부동산에서 주소를 받았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네비게이션을 따라 들어선 고남리 초입은 저수지를 끼고 돌고 돌아 들어가는 마을이었다.


  군데 군데 몇 집이 보이고 산 속으로 조금 들어가니 '목적지가 주변에 있습니다'라는 안내맨트가 나오고 끝이났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파란지붕이 보이고 주변은 적송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파란 하늘이 시리도록 높고 지붕과 주변 소나무에는 전 날 내린 눈이 하얗게 덮여 있어 멋진풍경을 만들었다.


  '여기구나' 마음속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은 지저분했다. 사람이 살지 않고 가끔 들렀다 가는 집이어서 인지 신발을 벗지 않고는 들어가지 못할만큼 방 바닥은 지저분했고 벽지며 화장실도 깨끗하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땅이 넓은게 마음에 들었고 집도 있고 특히 벽난로와 화목보일러인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괜찮으면 하자' 남편의 말에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가격을 조금만 낮춰줄 것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주말 계약을 하고 시골집이 생긴것이다.


  첫 봄 고남저수지 입구에 제일 먼저 노랑유채꽃과 수선화가 노랗게 피었다. 저수지주변은 오래된 벚꽃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어서 사월이면 벚꽃터널이 생기고 서산시 벚꽃축제가 열릴만큼 아름다운 벚꽃길이었다. 집앞 마당은 넓은 땅에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 


  삼월 초 뜰에는 노오란 민들레 천국이었다. 노랑빛으로 물든 민들레는 감탄을 자아낼만큼 빼곡이 피어 봄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하였다.  포크레인을 불러  매실나무를 옮기고  중간에 구부러진 길을 만들고 자갈을 깔았다.  양쪽에는 흙으로 높이고 큰 돌을 쌓아 잔디를 심고 베롱나무 세 그루, 동백나무, 연못도 하나 팠다.


  주말이면 호미들고 잔디심고, 풀 뽑고 가장자리에 이름모를 야생화를 심느로 분주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한달한달 집은 잘 꾸며진 정원처럼 변해갔고 변해가는 과정이 좋아 매주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었다. 집 주변에 큰 매실나무에 하얀꽃이 피고 지고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전 주인이 심어 놓은 밤나무 아래 참나물은 군데군데 잘 자라나 요긴한 나물로 데쳐서 무쳐먹고 쌈으로도 싸 먹었다. 집 주변에 자라난 쑥이며, 머위나물, 미나리를 뜯어 즉석에서 요리해서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마당가에 있는 미나리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고 자라서 깨끗하고 향긋한 미나리향이 그만이었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봄 고남리의 봄은 평온했다. 노란수선화가 피고 민들레가 피어나고 저수지 길따라 벚꽃길이 피어나고 힘들고 짗니 세상속에서 주말이면 깊은 산 속 집에서 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타닥타닥 타는 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산길 따라 걸으며 좋은 공기와 선한 바람 그리고 하늘까지 모든거이 완벽했던 봄 나에게도 따스한  봄날이었던 고남리의 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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