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0원의 으로 맛본 행복
zoom 으로 글쓰기 수업이 끝났다. 아홉 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운동화를 신었다. 낮에 내린 봄 비로 공기가 신선하고 비온 뒤에 느껴지는 땅의 냄새와 봄밤의 공기가 어우러져 기분을 좋게한다. 동네한바퀴를 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근보름달이 빛나고 있다. 밝은 달빛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길가에 서 있는 벚나무에 꽃망울이 봉긋 부풀어 오름이 느껴진다. 가지마다 대롱대롱 꽃이 필날을 기다리며 조금씩 조금씩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동네 한바퀴를 돌아 보니 열 시 근처 세계로마트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늦은 저녁이면 세일을 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이다. 딸기, 버섯, 각종야채가 눈에 들어온다. 그 중 열무앞에섰다. 한 단에 칠천원인데 마감세일해서 4980원, 망설임없이 한단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순간 봄 맛이 나는 열무김치를 담궈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소중한 책 한권을 들 듯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씽크대에 놓고 묶여있던 단을 풀었다. 초록빛 연한 잎사귀에 하얀뿌리가 적당히 자라있고 싱싱함이 느껴진다. 칼로 뿌리부분을 살살 긁고 삼등분을 해서 다듬었다. 작은 볼에 한 가득이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소금을 풀어 살살 녹인후 다듬은 열무를 소금물에 절궈두었다. 이젠 양념을 만들차례다.
다용도실에서 양파를 두개 꺼내서 껍질을 까고 당근도 한 개 꺼내서 껍질을 벗기고 어슷 썬 후 곱게 채를 썰었다. 믹서기에 저녁밥 먹고 남은 찬밥을 조금 넣고 양파한 개, 마늘 열알정도, 새우젓갈 두 스푼, 멸치액젖을 조금 넣고 드르륵 드르륵 갈았다. 곱게 간 양념에 고추가루를 미리 풀어 조금 불려놓았다.
빨갛게 된 양념에 설탕과 참깨를 넣고 삼십분 정도 기다렸다. 절궈진 열무를 흐르는 물에 세 번 정도 씻어 채에 받쳐놓고 열무김치를 버무릴 볼에 양념을 넣고 물기를 꼭 짠 열무를 넣고 일회용장갑을 끼고 살살 버무려준다. 채썰어 놓은 양파와 당근을 넣고 버무리니 초록색 열무의 색감이 더 돋보인다. 한 입 먹어보니 아삭한 식감이 느껴지고 아직 간이 베지는 않았지만 봄의 풋풋한 맛이 느껴진다.
봄 맛이 느껴지는 열무김치를 담그며 우연히 들른 마트에서 사온 4980원의 행복한 맛, 봄의 향긋한 맛을 느끼게 되었으니 봄의 맛을 느낀셈이다. 내일 저녁 퇴근후엔 남편과 함께 하얀 쌀밥에 열무김치 넣고 계란후라이 하나 넣고 참기름 고추장 넣고 쓱쓱 비며먹어야겠다. 이 순간도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행복이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