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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Jul 31. 2024

 이제 함께 걸어요.

소소한 일상

  찌륵 찌륵 찌르르, 참새들이 따사로운 햇살아래 발갛게 핀 복숭아 꽃나무에서 떼를 지어 놀고 있다. 이른 아침 피어난 봄꽃들로 인해 걷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 인적이 드문 산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걸 차리인 동네 그 소겡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란 가사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날이다. 아마 작사가는 이때쯤 가사를 적지 않았을까? 산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고 아침 밥상을 준비한다.


  주말만 사용하는 집이라 색재료가 넉넉지 않다. 냉장고에 지난 주 사 놓은 자반고드어 한손이 있어 묵은지넣고 푹 끓인다. 지난겨울 담근 김장김치가 맛있어서 양념을 따로 넣지 않고 물만 넉넉히 부어준 후 중불로 맞춰 놓으면 불과 시간이 해결해주는 맛이다. 잠시 마당에 나와 잡초를 몇 개 뽑았다. 쟁반에 반찬과 밥, 수저두개, 젓가락 두 벌을 들고 남편과 툇마루에 앉아 푹 익은 묵은지, 동치미무를 꺼내 채썬 후 물에 잠시 담궈 두었다가 물기를 잔 후 고춧가루, 설탕, 식초, 참기름, 참깨넣고 버무린 후 함께 밥상에 올렸다. 아삭아삭한 맛이 입맛을 돌게 한다며 맛있게 먹는 남편이다.


  얼마전 우리 부부는 종합검진을 받았다. 남편의 환갑기념으로 아들이 예약해 주어 받은 결과지는 둘 다 약간의 복부비만과 남편으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고혈압도 약간 있어서 약을 먹고 있으니 평소에 좀 걸으라고 해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결과지를 보고 약간 놀란 눈치다. 주말이면 조금 마시던 술도 이번주는 참아본다고 지방간이라도 고기도 먹지 않는다니  시골에서 먹을 반찬이 없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다시 잡초 뽑기에 열중이다. 잔디밭의 잡초는 뽑아도 돌아서면 또 보인다.


  '책 읽는 자작나무 아저씨'가 들려주는 책을 들으며 잡초를 뽑다보니, 어느 새 조금은 정리된 느낌이다. 곽정은 작가의 책으로 비오는 날 학교앞에서 엄마를 기다렸는데 바쁜 엄마가 오지 못해서 우울했던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나와 상황이 맞는 것 같아 공감이 간다. 나도 일하는 엄마라 우리 아이들도 많이 느꼈을 감정인데 늘 미안했던 엄마였다. 그런 작가는 어린시절의 우울했던 감정을 이해하고 지금은 타인의 고민상담과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점심에 뭐 먹어야하나?' 고기도 없고 생선도 없고 김치만 먹기엔 좀 그렇고, 작은 칼 한자루를 챙기고 면 가방을 하나 들었다. 남편도 따라 나선다. 걸어야한단다. 뒷편으로 난 산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옛 집터자리가 나온다. 누군가 삶의 터전이었을텐데, 지금은 허물어지고 흔적만 남았다. 주변으로 어린머위, 참나물이 많다. 평소 산책하며 눈여겨 보았던 곳이다. 참나물은 연두색 잎을 하늘거리며 5~6센티 정도 자라있다. 어린머위도 작은 잎을 나풀거리며 유혹하고 있다.


  참나물은 밑둥을 잘라내서 가방에 담았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부드럽고 색깔은 연두색으로 줄기와 싶사귀 모두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머위는 손으로 툭 당기면 빨간 아랫부분까지 쏙 나온다. 초봄에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잎사귀까지 먹을 수 있다. 조금 더 자라면 데친 후 아린맛 제거를 위해 물에 담그고 우려내고 요리를 해야한다. 주변에 살펴보니 붉은 색 미나리가 있다. 칼로 하나하나 캐서 가방에 담으로 어느 새 가방 한가득 색재료가 가득하다. 조금 더 걷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논둑을 따라 어린시절 걸었던 것처럼 한참을 돌아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늘진 곳에 앉아 가져온 나물을 꺼내놓고 다듬기 시작햇다. 잡초, 잡티를 제거하고 물에 깨끗이 씻어 놓고 끓는 물에 굵은 소금을 한 스푼 넣고 참나물, 미나리, 어린머위 순으로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꼭 짜 두었다. 마늘을 칼 끝으로 찧어서 준비하고 파도 송송 썰어두었다. 냄비에 참나물과 참기름, 소금, 참깨, 다진마늘을 넣고 조물거린 후 맛을 보니 참나물 특유의 향과 아삭한 식감이 봄철의 나물맛이다. 미나리는 고추장, 고추가루, 다진마늘 , 식초, 설탕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쳤고,어린머위는 된장, 참기름, 참깨, 다진마늘 넣고 뭋서 봄철 입맛 돋우는 간 건강에도 좋은 나물밥상이 되었다.


  나란히 앉아 소소한 밥상을 차려넣고 별다른 이야기 하지 않아도 맛있는 점심밥상이 되엇따. 동치미는 하얀 곱이 끼어 물은 버리고 무만 꺼내서 참기름, 고추가루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참나물, 미나리무침, 어린머위무침, 그리고 따뜻한 밥, 함께 먹을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달려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고 이제 함께 걸어요. 조금 더 빨랐으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따뜻한 봄날을 함께 걸으며 꽁, 하늘, 바람도 느끼며 다정히 걷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며 맛있는 봄날 점심밥상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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