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만들다
봄이 되면서 마당은 노란 민들레 천국이 되었다. 마당가운데 심어진 매실나무에도 하얗게 꽃이 피었다. 비가 한 번 내릴 때마다 쑥쑥 자라는 풀 때문에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빨간색 예초기를 등에 메고 안전모를 쓰고 장화를 신고 웅~웅 소리가 나며 지나가면 삐죽했던 잡초가 깨끗이 정리되며 한결 마당 같은 모습이었다. 한바탕 예초기를 돌리고 나면 매실나무 그늘에 앉아 막걸리 한 병에 삼겹살 굽고 미나리에 쌈 싸서 점심을 먹었다. 파란 하늘을 벗 삼아 없는 반찬이지만 자연에서 먹는 밥상은 평안 그 자체였다.
남편과 상의 끝에 마당에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 포클레인 기사를 불러 대략적인 정원의 모습을 말해주니 마당가운데 있던 매실나무는 가장자리로 옮기고 흙을 뒤집고 뚝딱뚝딱 포클레인 기사가 마법을 부린다. 지저분했던 마당이 어느새 정돈되며 가운데 부분에는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구부러진 길을 만들고 작은 자갈을 깔았다. 정원 끝부분 집과 가까운 마당에도 작은 돌을 깔아 정원과 경계를 지었다. 풀이 가득했던 마당이 훨씬 넓어 보이고 정돈되어 보였다.
정원을 양쪽으로 나누고 가장자리에는 경계석을 세웠다/. 마당입구에는 남편의 로망인 연못을 파고 주차장으로 쓸 곳도 자갈을 깔았다. 8톤 트럭으로 4대분의 흙을 받아 마당을 높이니 제법 정원 다운 모습이 나타난다. 연못을 빙 둘러싼 곳에는 한 그루에 이만오천 원씩 주고 산 소나무를 심었다. 오른쪽 가장자리는 매실나무가 나란히 서 있고 왼쪽에는 영산홍을 심어 봄이면 하얀색 매실꽃과 빨강 꽃이 피기를 기대했다.
우연찮게 포클레인 기사와 만든 정원의 모습은 한반도 지형을 닮은 듯했다. 넓은 정원이 생긴 것은 좋은데 그냥 두면 또다시 풀과의 전쟁일 것 같아 잔디를 심기로 했다. 오른쪽 정원에는 백일홍나무 세 그루, 동백나무, 물수국나무를 심고 바탕에 잔디를 심었다. 서산동부시장 주변 화원에 가니 잔디를 십오만 주고 샀다. 호미로 골을 파고 남편이 삽으로 잔디를 잘라주면 잔디를 길게 넣고 흙을 덮었다. 심고 난 잔디에 물을 흠뻑 주고 나면 하루해가 진다.
주말마다 잔디를 심고 점점 채워지는 정원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고 잔디가 자리를 잡으며 초록빛을 띠며 자랄 때마다 참 멋지게 변하는 풍경이 좋았다. 마당가 경계석 사이에는 송엽국을 심었더니 초록색줄기에 분홍빛 꽃이 피며 점점 주변으로 퍼지니 바위와 잘 어울렸다. 토요일 아침 동네 산책길에 예쁜 꽃이 있으면 주변어르신들이 심어보라고 주었다. 마당가에 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당에는 피어나는 꽃으로 점점 아름다워졌다.
잔디를 모두 심 고나니 잔디가 자리를 잡고 사이사이 자라나는 잡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뽑았다. 8월이 되니 백일홍나무 가지마다 연분홍, 보랏빛, 하얀색 꽃이 피어났다. 점점 꽃이 피는 정원을 보며 마음이 참 좋았다. 황무지 같던 마당에 잔디를 심고 꽃을 가꾸니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이 구경모셔셔 참 잘 만들었다는 칭찬도 해 주었다. 아침 산책길 고남저수지까지 가는 길목에 만나는 어르신들께 인사를 하면 어디 사는지 꼭 물어보신다. 파란 지붕집에 산다고 하면 당신 집 마당에 있던 수선화, 튤립꽃을 주며 심어보라고 하신다. 뒷산에 가서 진달래도 몇 그루 심어 보고 작은 소나무도 캐다 심었다. 넓은 마당이 점점 꽃이 피는 정원으로 변해간다.
이렇게 손길 한 번 갈 때마다 변하는 풍경을 보며 위로가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정원을 보는 낙으로 우린 매주 고속도로를 달려 고남리로 향했다. 이번주는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