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버섯 따러
고남리 집으 마련하고 가장 좋아하는 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평소 걷기가 취미일 만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곳이다. 아침을 먹고 나면 산책 삼아 집 뒤편 임도를 따라 걸으며 한 주간 동안 바빴던 마음을 다스렸다. 인적이 드문 산길 고요한 숲 속에서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나무사이로 흔들리는 바람소리, 파란 하늘 위에 하얗게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것으로도 '그래, 이거면 됐지' '휴' 자연이 주는 위로가 함께 따라왔다. 따스한 봄 햇살이 비치는 산길을 걷고 있노라면 길 따라 하얀 솜털이 부슬부슬한 쑥이 지천으로 올라와 있어 정겨움을 더해주고 있다.
어릴 적 뒷산은 나의 놀이터였다. 오빠 따라 갈퀴나무도 하러 가고 고사로도 꺾고 나물도 뜯으며 동네 산을 아지트 삼아 놀았다. 고남리 집 뒤편의 산도 어릴 적 놀았던 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야트막한 산은 걷기에 좋았다. 붉은빛 도는 적송이 아름드리 서 있고 중간중간 무덤들도 있지만 산길 따라 임도가 넓게 펼쳐져 있어 혼자 걷기에 참 좋았다.
이른 봄 나무에 푸릇푸릇 돋아나는 어린 새싹을 보며 걷고 있는데 소나무 사이사이에 죽은 나무들이 많았다. 가까이서보니 죽어있는 나무 틈 사이로 붉은빛을 띠고 있는 버섯이 보였다. 무슨 버섯인지 몰라 핸드폰의 앱을 켜고 검색하니 영지버섯이었다. 앞은 붉은빛이 돌고 뒷면은 황금색으로 멋진 모습이었다. 아! 귀한 영지버섯이 이곳에...
죽어있는 나무 밑동을 샆펴보고 영지벗서울 찾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보니 산의 매력에 더 빠진 것 같다. 작은 버섯은 다음을 기약하며 조금 튼실하고 큰 것만 채취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보면 자연인이 늘 산을 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영지버섯을 따고 취나물도 올라와 있어 조금 따니 나물의 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향긋하다.
집으로 내려와 마당에 있는 남편에게 보여주니 다음에는 자기도 가겠다고 한다. 다음주에는 같이 가보기로 했다. 고남리 뒷산, 앞산은 나의 놀이터였다. 어릴 적 엄마 따라 고사리 꺾으러 갔던 것처럼 주변산에도 고사리가 있었다. 봄에만 잠깐 딸 수 있는 고사리를 꺾으며 주말이면 부지런히 산을 걸으며 진정한 숨을 쉴 수 있었다.
꺾어 온 고사리는 뜨거운 물에 푹 삶아 바구니에 담아 햇볕에 놓아두면 고슬고슬하게 말랐다. 나중에 손님 오면 육개장이나 고사리나물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여름의 뒷산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산길 따라 걸으며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와 걸었던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어 '산바람 강바람' 동요를 떠올리게 했다. 노랫말처럼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우거진 숲 속은 들어갈 수 없지만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가을 친정식구들이 놀러 왔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우리 육 남매는 모두 걷기나 산을 좋아한다. 차려진 음식을 먹고 뒷산을 산책 삼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으며 영지버섯을 따고 있는데 갑자기 엉덩이가 뜨끔하다 쳐다보니 땅벌이 날아가고 있다. 내 엉덩이를 쏘고 간 모양이다. 순간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둘러 내려와 서산중앙병원에 전화하니 진료 중이라고 한다. 동생차를 타고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나니 조금 괜찮은 것 같다. 그 후로는 산길을 걸을 때 우거진 숲 속은 벌이 있을까 봐 조심하게 된다.
그렇게 임도를 걸으며 변해가는 사계절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쉼이 되었다. 봄에는 산딸기를 나무에 돋아 난 새순을 보고 여름에는 계곡을 흐르는 시냇물소리를 듣고 가을에는 으름열매, 다양한 나무열매를 따고 도라지를 캐며 계절이 흘러간다. 겨울산은 하얗게 내린 눈이 소나무잎에 쌓여 더없이 보기가 좋다.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 있노라면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내 마음도 어느새 하늘높이 두 둥시 떠올라있다. 나에게 산은 사계절 내 마음을 푸르게 해 주는 고마운 놀이터이며 숨을 쉬는 쉼터이며 고마운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