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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사가 본 첫 장면을 그린 모네

Phacoemulsification

심봉사가 막 눈을 뜨게 되었을 때 심청이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상은 어떻게 보였을까?  


"장님이 막 눈을 뜨게 되었을 때 바라볼 수 있는 장면을 그리고 싶다. "  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 1872

모네는 어떤 선입견 없이, 마치 카메라처럼 자연을 본 그대로 순수하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광학을 훔쳐오면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카메라는 광학과 화학 발전의 산물입니다.-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지금이야 카메라가 클로스업 되면서 히미 하던 장면이 정확하게 보이는 화면 구성이 영화나 티브이 장면에 익숙해진 우리한테 이해하기 쉽지, 사실 인상주의란 시도는 과거 르네상스 적인 전통적 그림방식 즉 섬세한 디테일과 원근법을 고집하던 그 당시의 화풍에 역행하는 아주 혁명적인 도전이었던 것 같다. 계몽주의가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광학 렌즈를 발전시켜 만든 카메라와 ( 아무리 초상화를 사실적으로 정교하게 그려도 사진만큼 똑같을 수 없었기에 화가들은 카메라로 찍은 인물사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 물감을 보관할 수 있는 알루미늄 튜브의 발명(실내에서만 할 수 있었던 작업이 공간과 시간에 거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자연이 작업실 되었다. )등은  인상주의 화가들을 강제적으로든 자의든 화실 밖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의 야외 작업으로 빛에 비치는 사물이 빛의 양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깨달음과 노하우는 굉장한 작품들을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기여를 했다. 이런 멋진 작품들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나만 볼 수 있고 내 고양이와 개가 못 본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아주 많았던 것 같다.  1967년 안과 의사 Charles David Kelman 가 백내장의 환자에게 했던 시술법 Phacoemulsification (수정체유화법 )을 수의학에도 가져와 백내장으로 눈이 안 보이는 개와 고양이에게 시술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Phacoemulsification에서

 Phaco는 Greek φακός (phakós, “lentil, lenticular body”) 그리스어로 렌즈 + emulsification에서 "emulsion" comes from the Latin emulgere "to milk out" 라틴어로 우유를 짜내다 란 뜻이다.

https://veterinarypartner.vin.com/default.aspx?pid=19239&catId=102899&Id=4951531 발췌


백내장으로 우유처럼 하얗게 변해버린 렌즈를 빼내고 인공수정체(人工水晶體) Intraocular lens 넣는 시술법을 말한다.



https://animal-eye-doctor.com/cataract-surgery.html

 1508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물이 가득 든 유리그릇에 눈을 갖다 대면 사물이 또렷이 보이는데서 렌즈란 개념을 생각해 냈고 , 1636 년 데카르트는 망원경, 1887년 뮬러가 인공유리 눈, 1888 아돌프 유진에 의해 공막렌즈, 1936년 일리암 페이블룸에 의해 합성 플라스틱 공막렌즈가 개발되고 난 후  1967년 안과 의사 Charles David Kelman 의해 개발된  Phacoemulsification 수술법이 널리 시술된 후 수의학에서도 Intraocular lens를 삽입하는 수술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근데 왜 아직 까지 이 수술이 생소할까?  나만 몰랐나?

1.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 거의 한쪽에 $2500에서 $4000 한화로 최대 사백오십만 원 가까이 된다. 양쪽눈을 같이 하게 되면 $3500에서 $6000 즉 최소 오백만 원에서 최대 칠백만 원 가까이 된다

2. 최첨단 장비와 고도의 훈련을 요구하기 때문에 안과 전문의가 아니면 하기 힘든 수술이다.

3. 백내장이 걸리는 첫 번째 이유는 당뇨가 있기 때문이다. 당뇨환자는 마취도 어렵고 사람에서 처럼 당뇨 환자견은 평균 수명도 많이 짧다.

4. 인공렌즈가 뒤로 밀려 빠지는 날이면 녹내장으로 발전해 수술을 했던 눈을 제거해야 하는 Enucleation 안구 적출술로 이어질 수 있다.  안 보이는 건 어쩐다 해도 녹내장은 상당히 고통스럽고 안구적출수술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수술비 다 물어 주고 욕까지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나는 Phacoemulsification을 추천한다.

물론 나한테는 최첨단 장비도 없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실력을 못 갖추었기 때문에 광고성 글은 절대 아니다. 나는 그저 마취할 때 옆에서 환자들을 모니터 해주고 깨어날 때 옆에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괜찮다고'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해 주는 역할이 전부다.  근데 마취에서 깨어날 때 보이는 환자들의 반응이 정말 경이롭다. 깜깜한 어둠에 있다가 한줄기 서광이 비출 때처럼 눈을 반쯤 감은채 고개를 들어 허공을 쳐다보다가  ‘흠칫'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반응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심봉사가 심청이를 보게 되었을 때 똑같은 반응이었을 것 같다.  모네, 레오나르도 다빈치, 데카르트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들, 이들 모두 다 직 간접적으로  신기술인 Phacoemulsification을 가능케 해 준 사람들이다. 나 또한 그중에 한 명이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이나마 반련견들이 더 편안한 삶을 맘껏 누리다 갈수록 있도록'   내 글을 읽는 분들한테 알려  이 수술을 상용화시키는데 필요한 심리적, 비용적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지금도 열심히 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방문자가 하루에 2 명도 안 될 때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개나 고양이의 백내장이 후천적인 경우는 당뇨가 첫 번째 원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첨부터 당뇨병에 안 걸릴 수 있게 건강한 식단 조절과 규칙적 운동을 통해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 자신한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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