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잘 모르는 몽골의 이야기-7장
조용한 저녁과 뜨거운 돌 – 몽골에서 겪은 두 얼굴
몽골에서의 삶은 이방인에게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대자연의 순수함과 고요함,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역사적 상처와 민족적 감정이다.
밤에는 조금 조심해야 했다.
몽골에서 살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저녁시간에 도심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나아졌을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울란바토르는 아침신문에서 중국 부자들의 사건사고를 자주 접해야 했다. 폭행, 절도, 다툼…
대부분의 사건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그 배경에는 오랜 반중감정이 깔려 있었다.
몽골은 한때 공산주의 국가였던 과거의 잔재로 인해 행정은 여전히 느리고,
특히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반중감정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당국이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왜 이런 감정이 생겼을까?
몽골이라는 나라는 사실 하나가 둘로 나뉘어 있다.
우리가 말하는 ‘몽골국’은 외몽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 영토 안에 있는 ‘내몽골 자치구’다.
중국은 이 내몽골에서 몽골어 수업을 강제로 축소하고,
중국어 위주의 교육을 강요하면서 민족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촉발시켰다.
몽골어는 그들의 정신이고 뿌리다.
언어를 잃는다는 것은 곧 민족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도 나왔듯,
“언어를 통제하면, 생각도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울란바토르의 밤에는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숨어 있었다.
내몽골 초원
호르혹(HORKHOG) – 돌로 찌는 영혼의 음식
그렇지만 몽골은 또 다른 따뜻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음식이다.
몽골에 와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면 단연 호르혹(Horkhog) 이다.
양고기나 염소고기를 큼직하게 썰고, 뜨겁게 달군 강돌과 함께 압력솥에 넣어 푹 익힌 찜 요리다.
그 맛은 직접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연하고 담백하며, 기름지지 않고도 깊은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호르혹은 몽골인에게도 흔한 음식이 아니다.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에만 내는 귀한 대접이다.
재미있는 전통도 있다. 요리를 완성한 뒤, 사용했던 뜨거운 돌을 한 개씩 손에 쥐어준다.
그 돌은 오래 가지고 있으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처음 받아들었을 땐 너무 뜨거워 손바닥이 얼얼하다.
그렇지만 그 돌은 단순한 열이 아니라, 삶을 견뎌온 시간의 무게처럼 느껴진다.
호르혹(HORKHOG)
민족, 기억, 그리고 맛
어떤 면에선 가슴이 시릴 만큼 현실적이고,
또 어떤 면에선 말로 다할 수 없는 따뜻함이 있었다.
도시의 밤은 긴장으로 채워졌지만,
그 긴장을 이겨낸 날, 따뜻한 돌 한 개와 함께 나눈 호르혹은 내 마음에 몽골을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