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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쿰척 Aug 12. 2021

◇2. 서른을 바라보며 미혼으로 산다는 건

"보통"정도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가요?

스물아홉 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 하지만, 엄마는 내 나이 때 우리 오빠를 낳았다. 그 시절 엄마는 산부인과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난 남들보다 일찍이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서든 보통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였지만, 1등은 해 본 기억이 없다. 항상 100점보다는 95점과 친숙하였고, 애매한 내 위치는 욕망이 없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난 나 자신에 대한 욕심보다는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때는 "보통"의 정도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스물아홉의 나는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어느 정도 공부해서 이름을 들으면 알 정도의 대학을 졸업하고, 너무 늦지 않게 반반한 회사에 취직을 하고, 평균의 월급을 받기 위해 매일 쳇바퀴처럼 출근하였다. 이렇게 살아오다 보니 벌써 스물아홉이다. 하지만, 내가 번 돈이라고는 스물여섯 번의 월급이고 모아둔 돈은 고작 이천만 원 남짓이었다. 이제 남들처럼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였지만, 나의 사회적 직위와 자금이 발목을 잡았다. 


입사 3년 차, 한창 열심히 일을 해야 할 때고, 결혼을 해서 바로 아이를 갖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만약 육아휴직이라도 다녀오면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을 모시면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승진 년차에서 거듭 뒤처지는 건 당연하다. 


모든 걸 감수하고 결혼을 한다고 해도, 할 수 없다. 결혼을 할 수 있는 돈이 없다. 내가 모아둔 돈으로는 수도권 전셋집도 구하기 힘들고, 월세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상납해야 할 지경이다. 물론 월급은 꾸준히 오르겠지만, 월급 상승률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크고 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보통의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난 아직 보통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다.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는 회사 동료들을 보면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1. 외벌이형. 

- 회사에 모든 걸 올인. 야간 근무, 주말 출근은 기본. 추가 수당으로 생계유지.

- 지지리 궁상의 삶. 회사에서 모든 식사 해결. 

- 휴직 없이 근무하여 승진에 뒤처지지 않음.

2. 맞벌이형. 

- 휴가는 자녀 방학에 올인. 자기 시간 없음.

- 퇴근 후 육아 시작. 

- 육아 휴직 후 승진에서 뒤처짐. 동기를 상급자로 모심.

3. NO걱정형.

- 양쪽 부모님의 능력으로 거주할 집을 증여 받음.

- 베이비시터 x청소도우미의 활약으로 휴직은 하지 않음.

- 직장에 집중할 수 있어 승진도 뒤처지지 않음. 


하지만 다들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있다. 어린이 집이나 학교 모임에 가보면 다들 외벌이인데 잘 산다고, 다들 여유롭게 학부모 모임에 참가하여 교육이나 양육 관련 팁들을 공유한다고 한다. 그게 바로 보통의 삶인 것 같다.


향후 몇 년 내 내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아이를 나을 자신이 없다. 다른 아이들처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서다.  


화목한 가정을 가꾼다는 내 꿈은 보통보다는 뛰어남에 치우친 것이었다. 나처럼 살아서는 서른 이전에 결혼하기도, 아이를 갖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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