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쿰척 Aug 17. 2021

◇4. 서른을 바라보며 죽마고우 없이 산다는 건

친구가 없어도 괜찮을까.

스물아홉 살. 이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어려운 나이다.


난 어려서부터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했고, 항상 어딜 가든 친구들과 함께였다. 그러나, 서른을 앞둔 지금 내 주위엔 친구가 거의 없다. 여럿이서 어울려 놀았던 기억은 스무 살 때 대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가 존재하기도 전부터 난 4인 이상 집합 금지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난 활발한 성격과는 달리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초등학교 친구가 중학교 친구가 되고 중학교 친구가 고등학교 친구가 되는 마법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항상 새로운 학교를 가면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냈지만, 그때뿐이었다. 난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지만, 특별하게 친한 "베스트 프랜드"는 없었다. 항상 시끌벅적한 가운데 외로움이 자리했던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스무 살이 넘어서, 처음으로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그들의 죽마고우와 첫 경험을 해 본 후에야 나에게도 차례가 왔다. 사소한 서러움들이 쌓여서 터지게 된 건 입사한 직후였다. 

원래 친구가 별로 없지만,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취업한 나에게 회사생활의 힘듦을 토로할 친구들은 더욱이 없었다. 밤새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어줄 친구가 내 주위에는 없었다. 가족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친구들과 가감 없이 욕하고 싶었다. 난 그제야 나에게 친구가 없는 건 단점이고, 친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를 돌아보니, 주변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심지어 초등학교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서 계모임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틈에 들어가기에는 난 너무 시기적으로 늦어버렸으니, 마음 맞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어 졌다. 


학교에 다닐 땐, 같은 반에 배정받은 아이들이 친구가 되었지만, 회사에서는 같은 부서 내 사람들은 친구가 아닌 회사 사람에 불가하였다. 다른 곳에서 친구를 찾아야 했다. 용기를 내서 요가학원이나 영어학원도 다녀보고, 소모임 어플을 통해 동네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이용해봤지만, 다들 친구를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목적들로 집단에 속해있는 것을 깨달았다. 학원에서 아무리 친해져서 온갖 공감대를 형성하여도 학원을 그만두면 끝날 관계였다. 모임은 연애를 목적으로 나온 사람들이 8할이었고, 그중에서 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이었다.


약 6개월 간의 친구 만들기 위한 노력은 친구 대신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아이들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나이는 이미 지나버렸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은 특정 목적을 갖고 접근을 한 것이고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주저 없이 떠난다. 목적은 보통 연애, 정보, 돈 같은 것들이다. 모든 관계는 치밀하게 기브 앤 테이크로 이루어졌고, 그 정도가 평형을 이루지 않으면 무너졌다. 이는 사소한 대화에서부터 알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급격히 친해진 사람이 선물로 아웃백 기프티콘을 받았다며 자랑을 한다. 이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같이 가자고 제안하면, 갑자기 대화가 끊기고 어색한 정적이 자리 잡는다.


이러한 교훈들로 인해 굳이 베스트 프랜드가 필요할까? 그냥 나도 필요할 때 찾을 그 정도의 친구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느닷없이 친구가 생각나서 맛있는 걸 사주는 것보다 그 에너지를 나한테 투자하여 내 자기 계발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 JYP 박진영이 이런 말을 했다. 친구를 사귈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라고. 어차피 모든 사람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내가 잘나 지면 주변에 사람들이 생길 거라고. 


난 이제 나를 가꾸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그 후에 친구를 다시 사귀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3. 서른을 바라보며 다이어트하지 않고 산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