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바뀌면, 나도 변한 걸까?

by 다감

시간이 지나 다시 MBTI 검사를 해보면, 결과가 달라지곤 한다. 특히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MBTI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왜일까? MBTI는 타고난 기질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환경역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반영하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생존 방식이 필요하고, 우리는 그에 맞춰 스스로를 조정한다.


일반적인 직장에선, 상사나 동료들과 잘 어울려야 하니(I → E),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창의적인 사고보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N → S). 감정보다는 논리가 중요한 환경에서 점점 이성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F → T). 또, 일을 계획적으로 수행해야 효율성이 올라간다(P → J).


나도 그랬다. 신입으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더 나를 변하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F에서 T로의 변화였다. 감정보다 이성이, 사람보다 논리가 중요한 환경. 나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논리적으로 사고한 적이 있었을까 싶었다.


회사에서는 감정을 배제한 채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았다. 회의 중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수정해야 할 때, 예전 같았으면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 최대한 돌려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에서는 '효율'이 중요했다. "이 방식보다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할 것 같습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


또한, 상사의 지적을 받을 때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논리적으로 분석하게 되었다.

"왜 이런 피드백이 나왔을까?"

"내가 뭘 놓쳤지?"

"어떻게 개선하면 될까?"

예전 같았으면 "나를 싫어하나?" 같은 감정적인 고민을 했겠지만, 이제는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깊이 나를 흔들었다.


그 사람과 이별했다.

예전의 나라면 이별을 직면하는 순간, 감정이 먼저 터져 나왔을 것이다. 슬픔에 압도되어 밤새 울고, 상대의 흔적을 찾아 헤매며 감정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에서는 논리적인 사고가 빠르게 작동했다.

"우리의 가치관이 달랐어."

"이렇게 계속 가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남았을 거야."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10가지나 돼."

나는 마치 문제를 해결하듯 이별을 분석하고 있었다. 우리가 맞지 않았던 지점, 싸웠던 패턴, 대화 속에서 드러난 근본적인 차이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헤어질 만했네."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머리가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울지 않았다. 대신 논리적인 사고로 이별을 '처리'했다.


며칠이 지나도 이상하게도 덤덤했다. 친구들은 걱정하며 물었다. "너 괜찮아?"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생각보다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걸까?

내가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에서 논리를 우선시하며 감정을 배제하는 데 익숙해진 나는, 어느새 이별에서도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대신,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건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소한 순간에 가슴이 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런 감정들을 회피하고 있었다. 감정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1-3.jpg


논리는 나를 보호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 한편을 차갑게 식혀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별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더 이상 이유를 찾지 않고, 그냥 아프기로 했다. 마음이 저릿해도, 무너져도,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다. 내가 슬프다는 걸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잠겨있던 수도꼭지가 열렸다.

나는 변했지만, 여전히 나였다.

논리를 배웠지만, 감정까지 버리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나 자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