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는 모두 세 명이서 연애하고 있습니다

by 다감

사실 우리는 모두 세 명이서 연애하고 있습니다

처음 그녀를 본 순간, 나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른 아침, 헬스장에서 서툰 동작으로 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소 어색해 보였지만, 뭔가 집중한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웃더니,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하고 되물었다.

무례하다면 무례할 수 있는 장난스러운 말. 보통이라면 “뭐야, 저 사람?” 하며 기분 나빠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모습이 신선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녀의 자세를 잡아주었고, 그녀는 진지하게 내 말을 따라 운동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장난도 치고, 잘못된 동작을 다시 해 보이며 웃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헬스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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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사람이었다. 힘들어 보이는 날에도 “오늘도 열심히 할 거예요!”라며 스스로를 북돋웠고, 운동을 가르쳐 줄 때도 실수를 하면 웃으며 “한 번 더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가진 에너지가 좋았다. 긍정적이고, 밝고, 어떤 일이든 가볍게 넘길 줄 아는 사람. 그런 모습이 나를 그 사람에게 빠지게 했다. 우리는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하루는 그녀가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오늘 좀 늦을 수도 있어."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재밌게 놀다 와."

짧은 문자를 마지막으로, 나는 그녀를 보내고 내 할 일을 했다.

그리고 밤이 되기 직전, 메시지가 왔다.

"지금 끝났어. 너 볼래?"

나는 약속 장소 근처로 나갔다.

멀리서 그녀가 걸어왔다.

걸음은 평소와 같았지만, 어딘가 조금 느려 보였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방금 왔어."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오늘 어땠어?"

그녀는 물컵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응, 재밌었어."

말은 평소처럼 가볍게 했지만, 뭔가 달랐다.

“무슨 일 있었어?”

평소와 다른 태도에 걱정되어 물어봤다.

“아니? 아무 일 없었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뭐 먹었어?"

그녀가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

"파스타."

짧고 단순한 대답이었다.

"누구누구 왔어?"

"애들 다 왔지, 뭐."

원래 같으면, “지혜가 이런 얘기했는데 정말 웃겼어” 같은 말이 나왔을 텐데. 오늘은 그냥, "음, 그렇구나."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무릎 위로 내렸다. 그리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피곤해?"

내가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 뭔가 이상하네."

"뭐가?"

그녀가 눈을 들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뭔가… 덜 말하는 것 같아."

"그런가?"

짧은 대답. 나는 거기서 대화를 멈췄다. 그냥, 피곤한 날인가 싶어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며칠 후, 우리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의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나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난 긍정적인 사람이 좋아."

그녀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어떤 긍정적인 사람?"

"음… 힘든 일이 있어도 밝게 이겨내고, 낙천적인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람. 너처럼."

그 순간, 그녀가 살짝 웃었지만, 이내 눈웃음이 잠시 흐려지는 듯했다.

그러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손끝으로 굴리며 입을 열었다.

"나 있지… 사실, 나 원래 그렇게 밝은 사람 아니야."

나는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냥…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내가 먼저 말해야 할 것 같고, 어색해지는 게 싫어서. 조용해지는 게 불편해서. 그래서 그냥… 밝게 행동하게 돼."

그녀가 물컵을 살짝 밀어 두더니, 다시 나를 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러고 있는 동안에는, 나도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이 되는 거 같아서..."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나, 이런 얘기 다른 사람한테 한 적 없어."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날 이후,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녀가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모두에게 다정했고, 유쾌했고, 분위기를 잘 맞췄다. 그게 그녀의 전부라고 믿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이었을까?

나는 그녀가 늘 그렇게 밝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건 내가 보고 싶은 그녀였다.

그렇다면, 내가 사랑한 건 그녀였을까?

아니면, 내가 사랑하고 싶었던 그녀였을까?

그녀,
내가 생각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 그대로인 그녀.

이 셋은, 함께 연애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밝은 날에도, 우울한 날에도,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저 그녀로서.

그녀가 더 이상 '밝아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그대로 사랑해 주기로 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