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sephine Nov 18.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9)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3장.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기


1) 공포가 되어버린 에어컨


드디어 기나긴 통증은 사라졌고, 삶에서
이 모든 것이 영원할 줄 알았다.



자율신경실조증 진단을 받은  약을 복용하자, 신기하게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통증이 얼마 지나서 사라졌다.

통증을 앓은 후 4년 만에 찾아온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이후 컨디션이 3년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 후, 한동안은 정상인의 컨디션과 같았다.


통증이 사라지니 쉴 수도 있고, 밤에 잠도 잘 자고, 산책도 원하는 때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도 마음껏 읽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엔 늘 내가 온전히 사회인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마치 나 혼자 사회와 떨어진 외딴섬에  있는 듯했다.


몸 상태를 지켜봤다. 벌써 한 달째 아무런 통증도 없었고, 증상이 재발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라면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처음엔 내가 완전히 몸이 회복된 줄 알았다. 

그렇게 난 다시 다른 이들과 함께 삶을 영위할 꿈을 꾸며, 한동안 나가지 못했던 교회를 다시 나가게 되었다.


교회를 다시 나간 지 몇 개월 지난 어느 한 여름이었다.


여름의 무더위는 기승을 부렸고, 밖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였다. 난 그날 하늘한 여름 원피스를 입고 교회를 갔다.

그날따라 무더위 때문인지 교회의 에어컨 바람은 이전보다 온도가 낮은 것 같았다. 

교회에 들어서자, 쾌적한 기분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예배를 드리고 1시간 정도 지나였을까..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처음엔 시원했던 에어컨 바람이 한여름인데도 어느 순간 한기가 느껴졌다.

점점 내 몸에 기력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고, 귀가로 들리던 말씀이 마치 아른거리는 아지랑이처럼 들려왔다.


내 몸 상태는 점점 저체온 증상으로 진행되었다.


생명이 돌던 눈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마치 눈을 가동하던 엔진이 서서히 꺼지면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듯했다.

그렇게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점차 희미하게 보였다.

온몸을 돌던 따뜻한 혈류는 점차 속도가 느려지는 듯했다.

온몸에 서서히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졌다.

뇌는 마치 가동을 멈춘 듯했다.


에어컨 바람들이 마치 나의 숨통을 조여 오는 듯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당장 그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그렇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반갑지 않은 손님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잔잔하고 평온했던 내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자했다.


언제쯤 난 이 불안한 생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석양 질 무렵

작은 흰 새

황홀한

날갯짓 뽐내니


오르락내리락

수천번 날갯짓에

생존 담고

자유 담네


구슬픈 

삶의

날갯짓엔

번이어야

비로소 

생존하며

자유 까..


이전 18화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