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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Nov 11.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18)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2장.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


11) 상처 가시를 토해낸 상담 4  


그렇게 매주 원장님에게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어릴 적 상처 스토리를 다시 재해석하게 되었고, 상처로 인해 갇혀 있던 세상에서 나오게 되었다.

부모님에 대한 인식 또한 변하였다.  

내 정신이 서서히 맑아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기도를 하던 , 처절한 외로움에 하늘을 쳐다보며 부모님을 그리워한 그 3세 아이 모습 떠올랐다. 그리고 그 3세 아이옆엔 내가 믿던 신이 항상 나와 함께 계셨다는 사실이 불현듯 깨달아졌다.


나를 한 인간으로서 내 존재를 인정해 주며 따뜻하게 다가와주는 사랑, 그 사랑이 너무

그리웠는데..

혼자라고 생각한 그 순간, 그분은 내 곁에 항상 계셨던 것이다.

내 존재를 이미 아셨고, 같이 에 있어 주셨다.

사실을 깨닫게 되자, 난 3시간 동안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내 안에 지독하게 자리 잡고 있던 외로움과 상처들이 끝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처절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그 시간 이후로 난 더 이상 사람들에게 내 존재에 대한 확증이 필요 없어졌다.






상담을 받은 지  달 정도 지났을 때인 것 같다..


원장님은 그날따라 날 보며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상담자분은 인지 교정을 빠르게 수용하시는 편입니다. 어떤 상담자분은 인지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그 부분을 부정하시고 자기가 옳다고 고집을 피우십니다.

실제 그 과정을 받아들이시는 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죠.


상담 효과가 좋으려면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인지 교정이 필요한 부분들을 빨리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상담자분께서 이 두 부분을 잘해주셨습니다.

과제도 성실히 잘 수행해주셔셔, 이제 분리 불안과 공황장애에 관련 상담은 마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아.. 원장님, 너무 감사드려요. 첫 상담부터 너무 따뜻하게 얘기 들어주셔서..."


순간 이전에 다른 원장님이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장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때 당시 감정을 생각하니, 지금 앞에 계신 원장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본인에게는 힘든 경험이었겠지만, 이제 치료가 끝났으니, 이 경험들이 누군가에겐 필요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원장님은 마지막까지 내 아픔을 아름답게 포장해 주셨다.

두 달간의 상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분리 불안과 공황이 가끔 나타나기도 했지만, 얼마간의 시간을 걸쳐 점차 줄어들었, 강도가 약해지더니, 어느 시점에서는 분리불안과 공황 증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약물 치료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지치료와 기도만으로 기적처럼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어릴 적 트라우마로 찾아온 분리불안과 공황장애를 마지막으로 인생에서의 고통은 더 이상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A와 불안정한 관계를 장기간 가져온 탓이었을까..


몇 년간 계속 발현되었던 분리불안과 공황이라는 극악의 스트레스는 몸에 미지를 지속적으로 주게 되었, 이에 몸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이후 나를 혼수상태로 빠지게 하였다.

그리고 4년간의 통증을 앓은 후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병명을 알게 된다.  


어릴 적 트라우마는 관계가 불안정해자, 분리불안을 일으켰고, 그 불안이 증폭되어 공황장애로 까지 이어졌다. 장기간의 공황장애는 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결국 혼수상태에 이르게 된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


만약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았더라면.. 부모님과 떨어지더라도 부모 존재를 알았더라면.. 부모와 떨어지더라도 고모에게 대체 사랑을 받았더라면.. 트라우마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A와 원치 않는 이별이 아닌 해피엔딩이었다면.. 트라우마에서 분리불안으로 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A와 원치 않는 이별이라도 빨리 끝났다면.. 분리불안에서 공황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장기간 공황으로 인해 자율신경실조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가정을 한치도 비켜가지 못하고 어릴 적 트라우마ㅡ분리불안ㅡ공황장애ㅡ혼수상태인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증상은 발현되었다.


그렇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내 삶에 이해가지 않는 퍼즐이 드디어 맞춰졌다.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의 원인은 결국 어릴 적 트라우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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