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는 지인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미군 평택기지의 한적한 길을 걷고,
동네 맛집과 카페를 아무 이유 없이 돌아다녔다.
그게 연애라는 이름을 달기 전의 우리였는데도.
나 같은 경우는
살이 잘 찌고, 또 잘 빠지는 체질이라
4kg이 늘었다.
너는 태생이 마른 사람이어서
1년에 1kg 찌는 것도 힘들다던 애가
1.5kg이나 늘었다.
둘 다, 인생 최대 몸무게였다.
하루는 네가 말했다.
“난 진짜 처음이야.
1.5kg나 찐 거.”
배가 부릉부릉 나와서
바지가 안 맞는다고.
부릉부릉.
그 말이 왜 그렇게 귀여웠는지 모르겠다.
아, 큰일 났다 싶었다.
사랑의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버렸다는 걸 그때 알았다.
무더운 여름,
네가 갑자기 말했다.
“우리 여름에 여행 갈래?”
그게
너와의 첫 여행이었다.
나는 사실 많이 설렜다.
스물여섯 살이 되도록
남자친구와 2박 3일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박’을 잡고 떠난 적은 없었다.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괜히 혼자 웃음이 나왔다.
여행에는 늘
‘돈’이라는 현실이 따라붙는데,
백수였던 나 대신
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 정도는 원래 남자가 내는 거야.”
그리고 숙소비 100만 원을 결제했다.
그날,
나는 너에게 두 번 반했다.
같이 수영을 하고,
커플 사진을 찍고,
콩카페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내고,
초밥을 먹고,
술을 진탕 마셨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에
짠내가 코끝을 스치던 여름날조차
그땐 다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그렇게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