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잠자리에 누워 전화를 하던 밤이었다.
작고, 애매한 목소리로
너는 말했다.
“나랑… 만날래?”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설마 고백을 이렇게 멋없이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라고?”
되묻자,
너는 곧장 말을 접었다.
강아지가 꼬리를 말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설마
이게 고백은 아니겠지.
그 애매함이 마음에 걸려
카톡으로 친구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
“이거 고백 같지 않아?”
잠시 뒤 온 답장.
“아무리 봐도 고백 같은데…
근데 너무 멋없다.
무슨 고백을 그렇게 하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가도
이상하게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았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치?
나도 고백 같긴 한데.
내일 만나서 물어보려고.”
만나기로 한 다음 날,
아는 언니와 놀다가 저녁에
셋이 함께 칵테일바에 갔다.
술이 몇 모금 들어가고
대화가 느슨해질 즈음
너는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언니가 말했다.
“너희 둘, 잘 어울린다.”
“아, 그래요?”
괜히 웃으며 넘겼지만
그 말이 묘하게 나를 간질였다.
조금 후 자리를 나섰고
나는 자연스럽게
너의 집 쪽으로 향했다.
그날 밤의 일은
굳이 길게 적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모든 숨이 가라앉은 뒤
같이 샤워를 하며
나는 결국 물어봤다.
“너 어제 전화에서 했던 말…
그거, 설마 고백이야?”
너는
내 눈을 피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럼…
내가 거절하면?”
너는 잠시 웃으며 말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가끔은 남자도
거절당해봐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너의 눈매는
점점 더 서글퍼졌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다.
그 순간,
큰일 났다는 걸 직감했다.
상대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알겠어.
그럼 사귀자.”
순간
너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커진 눈동자,
조금 높아진 목소리.
“진짜로?
나… 너무 좋아.”
그때 나는 알았다.
이런 너를
내가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지.
이런 너를
내가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지.
그렇게
우리의 첫 이야기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