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잉 세찬 바람소리가 분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가을이 왔다는
길었던 해는 어느새인가 짧아져있고 어두운 밤이 재빠르게 찾아온다.
달빛이 창문을 타고 넘실거릴 때, 우리의 왈츠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고, 수줍게 손을 맞잡는다.
작은 촛불이 일렁이며,내 눈동자엔 그의 모습이 가득 찬다.
오랜만에 추는 춤이라 그런지 서로의 스텝이 엉켰다.
보름달 같던 두 눈은 웃음소리와 함께 반달모양으로 휘어졌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다시 박자를 세며 춤을 추고, 마지막 턴이 끝날 무렵 발끝이 멈추자 리듬이 바뀌었다.
두손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감싸고,
그의 손은 내 허리위에 내려앉는다.
서로의 숨결이 맞닿고 정열의 바차타가 시작된다.
나의 리듬이 먼저 시작되고 그가 나의 리듬을 따라온다.
스텝으로 인해 멀어진 간격이 언제 그랬냐는 듯 코앞으로 좁혀지고
다시 한번 진하게 숨을 나눠마신다.
하나, 둘, 셋, 탭
하나, 둘, 셋, 탭
그녀의 허리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릴떄마다 그의 숨결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새하얀 피부에는 매화꽃이 가득 피어나고 차가웠던 방안은 어느샌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탁,탁,탁 휘리릭
이번엔 그가 리듬을 잡고 스텝에 맞춰 나를 이끈다.
그의 손끝에 미소가 그의 허리짓에 전율이 스며든다.
두두두두 딱!
봉고(Bongos)의 소리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간다
아, 아 짧은 탄성과 함께 환희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마침내 그의 숨과 나의 숨이 하나가 되었다
춤이 끝난 방안
고요한 적막이 내 뺨을 타고 스친다
왈츠로 시작해 바차타로 끝난 그날의 밤.
나는 그와 춤을 춘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하지 못한 호흡을 내뱉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