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가 끝난 뒤

by tracebraise




열정의 바차타를 끝낸 후

침대에 누워 잠들기 직전의 고요함을

너의 폭탄 같은 한마디가

‘펑’ 하고 날려버렸다.


“나 본국으로 가야 해.”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본국에서 진행하는 NGO 프로젝트에 합격했어.

그래서 가야 해.”


“그럼 나는?

이게… 헤어지자는 말이야?”


“같이 가면 되잖아.”


“같이 가자고?

거기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언어도, 일도, 치안도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잖아.”


너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난 가야 하고,

너는 여기 있어야 해.”


그 말이 이상하게

너무 쉽게 정리된 결론처럼 들렸다.


“너 이거 언제 알았어?”


“9월.”


“그럼 한 달이나 숨긴 거야?”

“왜 하필 지금 말해?”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었잖아.”


“네가 기분 좋아 보여서…

지금 말하면 덜 싸울 것 같았어.”


그 말이

가장 잔인하게 느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너는 또 하나의 말을 꺼냈다.


“헤어지자.”


“뭐?”


“생각해보니

너 말이 맞는 것 같아.

장거리 연애는 힘들 것 같아.”


“처음엔 같이 가자며.”


“내가 잘못 생각했어.

너까지 책임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그 순간,

우리의 입장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나는 눈치를 보며 붙잡는 쪽이 되었고

너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사람이 되었다.


그 사실이

나를 가장 조용하게 무너뜨렸다.


“나도 갈게.”

“나도 너랑 갈 거야.”


“안 된다고 했잖아.”


우리는

아니, 너와 나는

따스했던 봄날에 만나

나뭇잎들이 색동옷을 입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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