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갱고흐 Dec 31. 2023

2023년을 떠나보내면서,

HAPPY NEW YEAR!


2023년은 설렘으로 시작되는 한 해였는데, 스치듯이 들었던 아홉수에 걸맞은 한 해를 보냈었다.

아빠의 암소식과 회사의 경제난,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16년간 내 옆을 지켜주었던 반려견도 떠나보냈다.


많은 의지가 되어주었던 과장님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고, 웃으면서 떠나보낼 수밖에 없던 나는 이제 어떻게 회사를 다녀야 할까 하면서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퇴근길에는 집에 반겨주는 존재가 없으니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번아웃을 맞이한 것 같다. 텅 빈 눈을 하면서 출근 준비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뭘 하고 잠에 들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다.

모든 일에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어가던 나날, 나는 병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남자친구는 병원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털어놔보고, 안되면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때 솔직하게 내가 나를 포기하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솔직하게 감정을 토해낸 건 처음이라서 그런지 조금씩 슬픔의 무게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2023년을 맞이하기 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쓴 만다라트 표를 읽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내가 보였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제쳐두었던 수많은 글들을 다시 읽었다. 출퇴근길 시간을 쪼개가면서 글을 써 내려갔던 내가 보였다.


내가 나를 일으키는 느낌을 처음으로 느꼈다.


솔직하게 주변 이들에게 털어놓자, 달려와 준 친구부터 출근길 짧은 편지를 써 주었던 친구들에 이어서 내가 나를 이렇게나 지지하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걸.


모든 일은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다고 믿으면서, 몇 시간 남지 않은 2023년을 고맙게 떠나보내고 다가오는 2024년에는 내가 목표했던 일들과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도 행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면서!


작가의 이전글 06. 나의 번아웃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