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조직의 사용설명

제6화 기록은 습관이자 생존이었다

by 한그루

기록은 습관이자 생존이었다.

H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제일 먼저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책상 서랍 맨 아래, ‘인사자료’라고 적힌 회색 박스를 꺼냈다.
그 안에는 타이타이 호의 모든 인물이 들어 있었다.
이름, 습관, 카드 내역, 통화기록, 표정까지. 그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무도 몰랐다

한라산 조선의 성공들에 힘입어 같이 타이타이 조선도 급 성장 할 무렵 공채도 아니고

특채로 사장이 모셔오다시피 했다는 게 그녀의 자료가 다였다

그녀는 ‘신뢰하지 말 것, 대신 기록할 것’을 배웠다.
지금 그 원칙은 여전히 유효했다.
왜냐면 이 회사에서는, 진실보다 연극이 더 비싸게 팔렸기 때문이다.

사장 진고동. 그는 요즘 자주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에 들어간다.

회의도 아닌데, 문을 잠그고 통화를 한다.
가끔 목소리가 높아지면 “조선소” “구명보트”라는 단어가 들린다.
그리고 나올 땐 언제나, 튀김 냄새가 났다.

이사장 론사나. 그녀의 동선은 두 군데뿐이다. 한 곳은 5성급 호텔, 다른 한 곳은 고고분식.

양주와 소주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발걸음에는 상류층의 외로움’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의 조급함”**이 배어 있었다.
H 그녀의 수첩에서 진고동 사장의 이름 옆에 적힌 별표 두 개를 본 적이 있다.
그 뜻은 아직도 모른다.

또또. 사장의 하수인 사장이 외향선을 탈 때 같이 근무한 인연으로 여기에 낙하산으로 들어 온인물

그는 카드의 마법을 믿는 사람이다. 결제 내역을 보면 점심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저녁은 늘 혼자였다. 하지만 술값은 늘 두 잔 분이었다.
H는 그가 회사 기숙사 방 302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 몇 번이나 봤다.

앵이.

모든 남직원에게 한 번쯤 웃어주는 여자.
H는 앵이가 머리를 넘길 때마다 모니터에 반사된 시선을 잡아냈다.
그녀는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진짜 감시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왜냐면 그녀의 무기는 감시가 아니라,
시선 그 자체였으니까.

H는 매일 밤, 그들의 이름을 엑셀 파일에 업데이트했다.
파일명은 [T-SEA_Observation.xlsx]
(T-SEA는 타이타이호 심해 관측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고동이 회의실에 두고 간 서류철 한 권이 있었다.
습관처럼 스캔을 돌리던 H는 그 안에서 낯선 문서를 발견했다.


[구명보트 인원 변경안 – 내부 검토용]
인원 감축: 72 → 36명
우선 탑승자: 대표이사, 이사장, 투자자, 설계감우성이사, 경영지원 이사, 김 과장


그 문서를 읽는 순간,
H는 오래된 감각이 되살아났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 예정된 침몰이다.”

그날 밤,
그는 오랜만에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가 회사를 떠나며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려던 신분증 하나가 있었다.


“한라산 조선 외부감사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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