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입사의 이유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H를 찾았다.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라며 커피를 건넸다.
H는 진고동의 낮과 밤, 서로 다른 그의 모습을 이야기해 주었다.
낮의 진고동은 말끔한 정장 차림에 직원들에게 친절한 미소를 건넨다.
“이번 달도 잘 부탁합니다.”
그는 서류에 서명하고, 사진을 찍을 때 환하게 웃었다.
누가 봐도 품격 있는 경영자였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야간 불빛이 새는 사무실,
모니터에는 엑셀이 아니라 카지노 사이트가 떠 있고,
마우스를 쥔 손끝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번엔 먹는다.’
진고동은 늘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 중 ‘출장비 – 제주’는 사실 도박 자금이었다.
호텔 명세서엔 식사 인원 1명, 그 아래엔 와인 세 병이 적혀 있었다.
처음엔 믿기 힘들었지만,
장부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숫자와 날짜, 그리고 결제 시각까지 모든 기록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날 밤, 퇴근길에 우연히 본사 옆 골목을 지나가다 그를 마주쳤다.
‘라스베이거스 홀덤바’ 네온사인 아래,
그는 또또와 함께 웃고 있었다.
회사에서 보던 표정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다음날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자 또또가 말을 건넸다.
“이사님, 어제 사장님 회의하신 거 아세요?”
“회의요?”
“네, 외부 미팅이요. 중요 인사랑요.”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 ‘중요 인사’가 딜러라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이제 결심했다.
‘기록’을 시작해야 한다고.
진고동의 행적, 또또의 결재 흔적, K양의 거래처 송금내역까지
퇴근 후 노트북을 열어
새 폴더에 ‘이상한 조직의 사용방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든 게 무너진다 해도 진실만은 남아야 한다.
이제 사무실 ERP 프로그램 교체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채용 이유,
‘총알받이’
대신 싸워야 할 총잡이임을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