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또또의 반격
제9화. 또또의 반격
그날 이후, 사무실 공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나 혼자 이상한 조직에 온 낯선 사람처럼
내가 걸어 들어가면,
누군가는 갑자기 모니터를 꺼버렸고
누군가는 웃던 얼굴을 단숨에 굳혔다.
‘이사님 오신다.’
그 말이 신호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 앉았다.
조용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전날 회계장부를 다시 확인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 출장비, 접대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쉽게 했다.
‘출장비 – 또또, K양, 사모님 동행.’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출장인지, 여행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진고동 사장이 나를 불렀다.
“이사님, 요즘 팀 분위기가 좀 그렇대요.
다들 부담스러워한답니다.”
그의 말투는 느릿하고,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누가 그렇대요?”
“그야… 또또가 그러더라고요.
이사님이 너무 꼬치꼬치 따진다고.”
나는 가볍게 웃었다.
“사장님, 회사 돈은 꼬치꼬치 따져야죠.
내 돈이면 그렇게 안 합니다.”
그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 속엔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다.
며칠 후, 또또가 내 앞에 다가왔다.
“이사님, 저 진짜 오해 없으시게요.
제가 사장님이랑은 오래 일했어요.
여기 방식이 좀 달라요.”
“그래요. 그 방식이 뭔데요?”
그는 웃었다.
“그냥… 사장님이 하자는 대로 하는 거죠.”
그 대답에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날 이후, 보고서는 내 손에 오기 전에
이미 사장의 책상 위에 올라가 있었다.
결재 순서가 바뀌었다.
내 결재란은 공란이었고,
결재선엔 또또의 서명이 찍혀 있었다.
명백한 무시였다.
나는 사무실 한복판에 서서
직원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앞으로 결재선 어기면,
그 자리에서 문서 회수하겠습니다.”
순간, 정적.
그때 K양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무섭게 왜 이래요, 이사님…”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회사라는 곳은
무서워야 굴러갑니다.”
그날 밤, 사장의 사무실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에 문자가 왔다.
‘이사님, 내일부터 회의 일정 취소합시다.
내부 분위기 좀 가라앉혀야겠어요.’ – 진고동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진고동은 외부인을 채용한 걸까....
이상한 조직에 스며들지도 튀어나가지도 않는 외부인을...
또또를 가르칠 사람...?
이런 의문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H가 문득 떠 올랐다.
말이 없지만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는 듯한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