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조직의 사용설명서
내가 제일 잘 알겠지.”그러고는 곧바로 “근데… 나도 잘 모르겠다”...
by
한그루
Dec 2. 2025
또또 이사는 영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조금씩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영업을 핑계로 법인카드를 거리낌 없이 긁었고, 그 카드는 어느새 ‘
자기 사람 만들기’의 도구가 되어 있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있었다.
술만 마시면 반드시 인원수만큼 아이스크림을 결제하곤 했는데, 그건 마치
“나 오늘 누구랑 마셨다”를 남기려는 일종의 신호처럼 보였다.
이상한 습관이었지만, 회사에 기생하는 인간들은 이런 사소한 흔적을 따라
또또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업은 못했지만, 카드 하나로 제2의 임원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셈이었다.
진고동 대표는 그런 또또를 보며 옛 시절이 다시 살아나는 듯 좋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업 관련 잡음은 점점 커졌고, 업체 민원은 회사로 직행했다.
또또는 상황이 불리해지면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아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회사 밖에서는 사장 다음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며, 법인카드를 무자비하게 사용했다.
나는 결국 진고동 대표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영업은 실적이 있어야 풀어주죠… 업체에서도 또또 이사와 소통이 안 된다고 회사로 연락이 옵니다.”
그러나 대표는 그를 두둔했다.
마치 회사의 유일한 낙하산을 지키려는 듯.
나는 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감싸는 겁니까? 이유라도 있어야죠.”
대표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뜻밖의 대답을 했다.
“
이유는 없어. 내가 데려왔으니 내가 제일 잘 알겠지.”
그러고는 곧바로
“근데…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을 흐렸다.
그 대답은 오히려 더 섬뜩했다.
일은 하지 않고, 카드는 막 쓰고, 임원 대우는 그대로 받는 또또.
둘 사이에 회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계약인지, 약속인지… 아니면 더 깊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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