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 누구를 위한
출근하자마자 김 과장이 숨을 몰아쉬며 나를 찾았다.
“이사님, 대표님이 출근하시면 바로 회의실로 오시랍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일찍 오신 거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표정도 좋지 않으시고.”
뜻밖이었다.
전날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공기가 묘하게 무거웠다.
회의실 문을 열자 이미 네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우성 전무, H, 김 과장, 그리고 진고동 대표.
우리는 다섯 명이 동그랗게 앉아, 침묵을 건드릴 사람만 기다렸다.
그리고 곧, 한 사람이 뒤늦게 씩 들어왔다.
또또였다.
그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영업이 요즘 잘 돼서 그런가?” 같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과장이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라산 조선 매출이 100억을 넘어요. 그 입 좀….”
영업 성과가 자기 공인 양 떠드는 또또를 향한 ‘입 좀 다물라’는 신호였다.
회의는 감우성 전무의 한마디로 시작됐다.
“대표님, 매출이 100억입니다. 그런데 부채가 70억입니다.
외부감사가 코앞인데… 이 상황을 어떻게 막으실 생각이십니까?”
순간 공기가 출렁였다.
그렇게 ‘깨끗한 회사’라며 노래 부르던 진고동 사장은 입을 다문 채 눈만 굴렸다.
감우성 전무는 이어서 문제의 본질을 찔렀다.
리조트 회원권, 골프 회원권, 리스 차량, 그리고 또또가 살고 있는 사택.
“회원권은 영업 명목이라 처분이 불가하니…
현금화할 수 있는 건 결국 사택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또또는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뜬금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집… 제가 살 수 있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결혼할 사람이 있어서… 집이 좀 있어야 해서요.”
회의실 안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법인카드로 아이스크림을 긋던 사람이, 이제는 사택 매입 의사를 운운한다니.
그래도 회사는 어쩔 수 없었다.
사택을 팔고, 대출 3억이라도 갚고, 억지로 넘기고 비비고 버티면
올해 외감은 일단 피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진고동의 표정은 복잡했다.
깨끗한 회사를 자랑하던 사장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고,
대충 이렇게라도 흘러가면 다행이지—
그런 체념만이 남아 있었다.
사택 인수 절차에 들어가며 은행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또또의 대출 한도, 신용 점수, 기존 채무 여부까지 전부 확인해야 했다.
그 와중에 H가 작게 중얼거렸다.
“과연… 인수가 가능할까?
대출이 얼마나 나올지…. 쯧쯧.”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영업이사, 법카 생활, 사택에서 빈둥대는 남자가 어디 돈을 많이 쓰겠나 싶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대부계에서 온 전화는 예상 밖이었다.
“대출이… 예상 금액의 절반밖에 안 나옵니다.”
나는 되물었다.
“연봉도 적지 않은데 왜 그렇죠?”
은행 직원의 대답은 간단했고, 동시에 결정적이었다.
“기존 대출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사금융입니다.”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또또가 왜 사택을 ‘사겠다’고 했는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는지,
도대체 어떤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
모든 게 기괴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