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초이스쿠스(5)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

by forever young

인간의 뇌는 놀랍도록 효율적이다.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기억력과 정확성, 연산 속도 때문에 '인간이 컴퓨터를 어떻게 따라가'라며 패배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의 예로 어떤 문제를 푸는 능력을 전혀 다른 문제를 풀 때 적용하는 유연성을 들 수 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바둑을 두는 AI가 그 능력을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바둑의 묘수들을 삶에 비유하고 적용할 수 있다. 수학적 아이디어가 음악이 되고 미술이 된다. 이렇듯 유연한 사고 능력까지 AI가 구현하려면 컴퓨터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과열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적은 칼로리 소비와 과열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늘 일어나거나 자주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인간의 뇌가 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1990년대 말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AI 머시 딥블루에게 졌지만 결과는 매우 대등했다. 자신보다 수백만 배 연산 속도가 빠르고 수많은 다른 인간 체스 플레이어의 경험을 학습한 딥블루를 상대로 어떻게 호적수라 할 만큼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을까? 학자들은 체스의 수를 효율적으로 표상화하여 가치판단을 도와 학습을 한 결과라고 한다. 체스에서 '퀸스 갬빗'처럼 바둑에서 '호구', '축', '장문수' 등으로 표상화된 수가 있다. 이런 것을 통해 좋은 수가 될 수 있는 선택지를 효율적으로 줄여 놓는다. AI는 굳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전력이 충분하고 쿨링 시스템이 적절하다면 모든 경우의 수를 연산하면 된다. 인간은 AI만큼 연산 능력이 빠르지 않지만 이런 표상들로 빠른 연산의 결과에 근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표상은 다른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에도 도움이 된다. 체스에서 학습한 것을 삶에 필요한 다른 것에 적용할 수 있어 학습 동기가 될 수 있다.


지구상 생물 종의 하나로서 인간의 진화는 다른 생물의 진화와 지금까지 특별히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전전두 피질의 능력 이외에는 유인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인원'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이 변화면 그 환경에 더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점점 선택받게 되어 그 수가 증가하고, 반대로 더 불리해진 형질을 가진 개체는 감소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환경이 새롭게 적응해야 할 정도의 변화된 양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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