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를 시작하며

인생은 무엇을 집어 들지 모를 초콜릿 상자 같은 것

by forever young

부먹? 찍먹?



취향 확인 질문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난 이런 식의 질문을 싫어한다. 그냥 그때그때 결정하면 될 일인데 미리 정할 필요가 있을까? 음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재료와 소스의 온도, 그릇의 상대적 크기, 젓가락, 포크 등 식기류 상태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이다. 같은 이유로 맛집을 검색 후 찾아가는 일을 싫어한다. 맛집이라고 내가 택할 메뉴가 맛있다는 보장이 없고, 맛집 아니어도 내가 '맛있을' 메뉴를 택하면 된다. 밑반찬만으로도 즉석 오마카세 반찬을 만들 수도 있다. 음식을 먹기로 결심한 그때, 주어진 위치와 상황, 가용 금액에 맞춰 결정하면 될 일인데 미리 정해놓고 가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취향'이라며 미리 정해 놓고 싶어 하는 이유는 결정 장애자들이 자신들이 거북해하는 선택의 상황을 루틴으로 만들려는 시도이다. 나에겐 의사 결정의 상황이 선택의 자유가 주는 행복이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 are going to get.
-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것이야. 네가 무엇을 집을 지 알 수가 없거든 -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에서




거창하고 치밀한 계획과 실천보다 우연하고 즉흥적인 결정이 현재 나의 삶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2.jpg 스키와 스노보드

그중 하나가 '스키'다. 스위스 여행 중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로 올라가면서 스키를 기차에 싣고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자유가 부러웠다. 내가 저들처럼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스키를 탈 수 없기 때문이므로 스키를 배워서 저들처럼 설원 위에서 자유를 얻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이전까지 내 삶은 운동과 가깝지 않았다. 내가 잘하는 다른 분야에 비해 운동은 내가 '잘 못하는 것'으로 분류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스키를 시작하고부터 난 스포츠인이 되었다. 스키는 최상급자 슬로프를 정복하고 스노보드도 타게 되었고, 수영, 유도, 야구, 테니스, 탁구 등 재밌을 것 같은 스포츠는 레슨을 받고 동호회에 가입해 거의 매일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우연히 '스키'라는 초콜릿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토스트 마스터스 클럽이다.

1.jpg 호주 멜버른의 토스트 마스터스 클럼 "Smash Speak"

영어 회화 실력이 늘지 않아 답답해하던 때 스키장에서 우연히 만난 토스트 마스터스 회원의 권유로 시작한 클럽 미팅이 내 삶에 큰 부분이 되었다. 토스트 마스터스 클럽 이전의 내 언어생활은 문어 중심이었는데 구어의 세계가 큰 부분으로 다가왔고 나의 해외여행 형식도 바꿔놓았다. 나의 해외여행은 처음부터 별스럽긴 했다. 휴양이나 랜드마크 찾아가기보다는 현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현지에 사는 지인을 찾아가는 이른바 '민폐 투어'의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젠 전 세계 어디든 열리고 있는 토스트 마스터스 클럽 미팅에 참여하는 것으로 여행을 뼈대를 세울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바로 직전에 멜버른에서 보낸 한 달 동안 클럽 미팅에 참가하거나, 클럽 회원과 같이 피크닉을 가거나, 그들에게 얻은 정보로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으로 나의 해외여행은 더욱 진화하고 알찬 것이 되었다.


IMG_2395905B017F-1.jpeg 네이버 블로그 forever young ( https://blog.naver.com/gschoe )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토스트 마스터스 클럽의 블로그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이다. 블로그를 만들어서 클럽 회원에게 소개를 하니 회원들이 '브런치(brunch)'를 소개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려니 기존 블로그에 올린 글이 작가 등단 심사에 중요하다고 했다. 블로그 시작 15일 만에 20개 이상 글을 올렸던 것이 결국 브런치 작가가 되는 밑거름이었다. 보름 전 별생각 없이 시작한, 블로그라는 '초콜릿'이 지금 이 브런치 작가 시작의 글을 쓰게 만들었다. 이 글은 또 어떤 초콜릿 일지 모른다. 먹어보고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게 되겠지만 지금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의 묘미인 것 같다. 스키에서 토스트 마스터스 클럽으로, 토스트 마스터스 클럽에서 블로그로,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그다음은 포레스트 검프의 처음과 끝 장면의 깃털처럼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226E0E3A5774E5CC18.jpeg 영화 [포레스트 검프] 마지막 장면 깃텃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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