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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 young Nov 19. 2023

눈치와 김유신의 말(馬)

가져야할 것은 눈치가 아니라 공감능력과 감수성

프랑스 영화 <아이엠 히어>는 한국의 '눈치'문화를 메인으로 다룬 작품이다. 영어에 비슷한 뜻의 'sense'나 'wit' 등이 있지만 전혀 다른 뜻이라 할 수 있다. 눈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말이라 발음 그대로 [nunchi]라고 읽는다. 긍정적인 의미로 공감 능력, 감수성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더 잘 쓰인다. 이때는 '아첨'이라는 말에 더 가깝다. 


주변을 살피고 동료나 부하의 어려움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굳이 눈치 본다고 할 필요가 없다. 상급자, 자기의 지배자를 성향을 살펴 아첨하려는 태도에서 발달하는 것이 눈치다. 그런데 영화 <아이엠 히어>에서는 이것을 남녀 사이에 적용해서 여자(배두나 역)가 분명 잘못을 했는데 오히려 곤란을 겪은 남자에게 '눈치가 없다, 눈치 좀 가져라.'라며 퇴박을 준다. '눈치 + 권력관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악습이다.


눈치 없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있어야 할 것은 공감 능력과 두루 살필 수 있는 통찰력이다.


신라의 김유신은 술집에서 기생(?) 천관과 자주 어울렸다가 큰 결심을 하고 발길을 끊기로 했다. 그러다 다른 곳에서 술에 취한 김유신을 눈치 빠른(?) 말이 천관이 있는 술집으로 데려다주었다가 목이 베인다. 주인의 성향을 잘 살핀 눈치 빠른 말이었는데, 그 빠른 눈치 덕에 죽었다. 


주위에 보면 이런 눈치가 빠삭한 사람이 많다. 골프 이야기 좀 하면, 취향 저격 골프장 부킹 해 놓고, 어기가 좀 아프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건강식품 가져다 바치는 사람들, 이런 사람이 자기가 눈치 빠르다며 뿌듯해한다. 하지만 결국 김유신의 말(馬)과 같이 될 운명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잘 알아본다. 전 정권인 문재인 정권에는 잘 안 보이던 눈치 빠른 사람들이, 이번 정권에는 너무 흔하다. 국민의 눈치를 그렇게 봤으면 좋았겠지만, 눈치는 국민이 아닌 권력자만 본다. 

방송 통신 위원장은 눈치껏 알아서 방송사 사장 교체하고,

교체된 방송사 사장은 눈치껏 알아서 출연자들 내쫓고,

교체된 출연자는 눈치껏 알아서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멘트 날려주고,

눈치 없는 사람들은 그 장단에 놀아난다.


눈치 빠르기로 최고는 술집 접대부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사람의 눈치를 살펴야 하니 이쪽 촉각이 최고치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오빠야 쫄았제?"에서 그 능력이 짐작된다.

질 바이든 여사가 블랙핑크 좋아한다고 했다고 집요하게 로제를 그녀 앞에 앉히는 모습에서 그것을 다시 한번 본다. 


"초청 수락해 준 로제와 노력 지원해 준 김건희 여사에 감사" (질 바이든)

https://youtu.be/SAShAgNTlqI

눈치도 총량의 법칙이 있는지 질 바이든에게 블랙핑크를 보여 주는 것에만 신경을 써서, 정작 이 행사의 취지와 목적에는 신경을 안 썼으니 행사의 흐름도 못 쫓아가고 짧은 한마디 발언을 하는데도 메모지를 보고 말한다.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하는데도. 


나도 눈치 없다는 소리를 늘 듣는다.

"오빠, 저것 참 예쁘지?"

라고 하면, "응, 그렇네."라고 해줬는데, 이것을 눈치 있는 사람은 사달라는 이야기로 알아듣는다고 한다. 눈치 없는 캐릭터로 쭉 살아야겠다. 눈치 빠른 김유신의 말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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