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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 Nov 26. 2024

참을(忍) 열번찍고 퇴사하다.

작업복 안주머니엔 항상 사직서가 들어있었다.

악마같은 한사람에게 목줄을 쥐여쥔채 조정당하는 사람.

'참자. 참자.. 참다보면 일상적인 생활이 다시 올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그때의 고통을 지나치고 있었지만, 되풀이되는 일상의 쌓여가는 상처들은 회복될 틈도 없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사람에 의한 괴로움은 제일 참기 힘든 문제점인것같다. 


나는 정년퇴직을 원했지만, 상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17년 회사생활은 끝이났다.

나와 몇명의 동료들은, 그의 권력을 이용한 괴롭힘에 이유없이 당해야 했고, 벗어나고싶어 그에게 원치않는 용서를 구걸했으며 그가 원하는데로 움직여지는 애원견에 가까운 생활의 연속이였다. 

공장장. 그가 가진 직책이였다. 공장에서 최상위의 권력을 가진 직급. 

그가 가진 권력에 주기적으로 휘둘리며 나와 나의 동료중 누군가는 그에게 괴롭힘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월요일이 지나면 다음주 월요일이 또 오는것처럼 반복적으로 한사람은 희생량이 되었다. 

오늘은 내가 내일은 누군가 또다른 내일은 다른누군가, 그리고 또다시 내가...

모두들 재직기간이 15년 이상은 되었기에 다른회사로 이직하기는 쉬운결정이 아니였다. 

재직기간만큼 오른 연봉과 어느정도 자리잡은 직급등 이모든것을 버리고 다른곳에서 새로 시작하기란 절대 쉬운결정이 아니다. 

우리모두는 이렇게 생각했을것이다. 아니면 나혼자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그가 나를 괴롭혀도 이순간이 지나면 또다시 평범한 하루를 시작할수 있을거야.....'

하지만, 이순간이 지나도 몇주가 지나면 또다시 그순간이 찾아온다는것은 알고있다. 또다시 참으며 넘긴다. 

도대체 왜 그는 우리를 이렇게나 괴롭힐까? 라고 생각해본다면,

원칙적인 이유는 없다. 그날 자신 개인 기분에 따라 누군가를 증오하고 싶은것 같았다. 

또한, 우리에게 압박을 주면 자신의 권위가 더욱 완고해지는 느낌을 받는것일까 라는 생각도 했다.

"너 이거이거 잘못했지. 정신안차릴래" 라고 나무라고 따진다면 용서라도 구하겠지만 더욱 미치겠는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사람을 쓰레기취급하듯 대한다.  

당하면서도 아무말도 못하는 우리들은 진정한 바보들이였다. 미칠정도로 완전한 바보였었다.


그가 사람을 괴롭힘는 방식은 정말 유치하고 잔인하고 계획적이다. 

어느날 나를 괴롭힘의 대상으로 정해버린다면 그날부터 나의 일과는 이렇다.

나를 제외한 나의 동료에게 나의 험담을 끝없이 한다. (동료들이 나에관한 험담들을 나에게 들려주면 유치하고 기가막혀 어이없이 웃음밖에 나오지않는다.)

식사시간엔 혼자 밥을 먹으며, 쉬는시간엔 혼자 커피를 마시며 대화상대를 찾을수 없는, 외톨이가 된다.

업무적으로 아무일도 지시하지 않는다.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눈치가 엄청나게 보이며 그것이 정말 힘들다.)

어떤이유로든 트집을 잡아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붙이며 질책을 한다. 변명을 할수록 일은 커지며 무조건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답이였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 나 자신의 자존감이 엄청 낮아지며 불안해지고 잠이오지 않으며 다음날이 두려워진다.

결국엔 무엇을 잘못했을까 생각하게 되고, 용서받을 방법을 고민하며 어렵게 그에게 찾아가 나를 용서해주길 바라게 된다. 

하지만, 용서를 구할만큼 잘못을 한적이 없었고, 스스로 최목을 만들어 용서를 구하며, 그는 너그러운척 용서해주는 액션을 취하고 한사람의 괴롭힘은 잠시 쉬어감으로 쉼표를 찍는다. 

아.. 이것이 무슨짓이란 말인가. 어릴적 동네 골목대장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들인데 40대가 넘은 나이에 이짓을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을 적는 이순간 옛기억들이 떠오르니 또다시 편두통이 몰려온다. 분노가 차오른다. 내마음속엔 적을수 없는 심한 욕설의 단어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이 하나 있었다. 우스개소리로 상상하는것이다. 

그당시 나는 현실감이 전혀없는 혼자만의 복수를 상상하며 동료들에게 장난삼아 말하고 서로서로 웃곤했다. 

그 상상의 몇가지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았다. 

1. 나는 사실 사장님의 숨겨진 아들로서 어느날 나의 출생을 밝히며 그를 응징한다.

2. 어느날 로또복권이 당첨되어 최고급 럭셔리카를 이끌고 회사를 출근한다. 그를 제외한 나의 동료들에게 만원짜리 돈뭉치를 건네며 "자 그냥해. 내가주는 선물이야" 라고 말하고 그에겐 다가가 욕한바가지와 사직서를 면전에 던지며 온갖 욕설을 퍼붓고 당당히 회사를 퇴사한다.

3. 나는 우리회사의 주요납품처의 고위관리직으로서 위장잠입하여 입사하지만, 그의 행태에 분노하여 신분을 밝히고 모든 거래를 끊어버리고 사장님에게 달려가 말한다. "저인간때문에 당신들하고 거래를 끊어버리겠소"

라고.... 

4. 회사를 퇴사하고 사업에 성공하여 거절할수 없는 엄청난 연봉을 그에게 제시하고 스카웃한다. 두달간은 호의적 태도를 보이며 엄청난 월급의 맛을 보여준 후 다른회사는 갈수없도록 만들어 인간인하의 멸시를 하며 내가 당했던 똑같은 대우를 해버린다. 다음날 출근하기 싫을정도로....


나도 참..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도 했다..이와같은 생각들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웃고 넘겼지만... 

현실감은 전혀없는 상상일뿐... 그래도 웃고 넘기기엔 재밌는 설정이였다..


그는 우리가, 그리고 나를 대하는 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고, 결국은 정말로 사람을 쓰레기취급하는것에 참을수 없어 퇴사를 결정하고 실행했다. 

그곳에 더있다간 아마 내가 이상한 생각까지 할것같아 퇴사만이 살길이라 여겼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순간이였는데, 막상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회사를 떠나려하니 정말 억울하고 미치도록 화가났다. 그만큼 또 만족한 순간도 없었다. 극과 극의 감정들이 한순간에 느껴졌다. 

퇴사하는날 퇴사하는 순간 마지막 인사를 하려 그의 방을 찾아갔는데, 아무리 미워도 15년이상을 함께 근무하고 자신의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한 나였는데, 냉정한 말한마디만 던진채 갑자기 일거리를 찾아 나를 외면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그는 나에게는 쓰레기인성을 가진 상사였다. 


지금은 장사를 하고 있다. 피자배달업을 하고있다.

숙면을 취할만큼 잠을 잘자고,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건강해졌다. 

영업시간은 오전10시부터 새벽 12시 30분까지 절대 시간을 엄수하며 가게를 지키고 있지만, 회사다닐때보다 더욱 여유로워지고 편해졌고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보기싫은 사람을 안봐도 된다는것이 이렇게 좋은삶인지 겪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가끔씩 회사동료들에게 연락이 온다.

퇴사후 새삶을 살고있는 내가 부럽다 말하기도 하고, 장사를 할려면 어떻게 시작야하나 물어보기도 한다.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2년가까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회사를 그만둔것에 절대 후회는 없었다.

주변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중 하나가 "회사나 꾸준히 다니지.. 장사 힘들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곤 한다. 

요즘 자영업이 얼마나 힘들다는것이 언론이나 인터넷영상으로 많이 나오기에 하는말같다.

실제로 자영업이란 쉽지 않은것이다.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노력을 해야 남들틈에 숨쉴수 있는 치열한 경쟁사회다. 

나는 대답한다. "회사생활보다 못한것은 전혀 없는것 같습니다. 지금이 너무 좋네요. " 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 자존감이 바닥을 찍고난뒤에 그 바닥에서 헤어나오니 그이상 좋을것이 없었다. 

그사람에게 한가지 감사하게 생각한것은 있다. 

나를 그토록이나 힘들게 했던 이유로 지금의 삶이 그때보다 못하지 않다는것을 알고있기에 지금의 삶을 만족하며 살고 있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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