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이야기. 3

장사를 위한 퇴사가 아닌, 퇴사를 위한 장사를 시작하다.

by 모래

- 장사를 시작한 이유 -

원치않던 퇴사를 너무나 순간의 마음으로 실행해버렸다.

17년의 회사생활중 단 한사람에게 인격적으로 후벼파였던 상처들이 터져버린 것이다.

고민은 수년간이였지만 선택의 시간은 단 몇분이였다.


굳이 월급쟁이가 아니라도 먹고살길은 있었다.

동종업계의 회사가 전국에 세군데뿐이라 경력직으로 이직은 힘들었고, 다른회사에 신입으로 취업하기엔 40대 중반이란 나이는 적지않게 부담스러운 선택이였다.

월급쟁이의 삶은 생각지도 않았고 노력만큼의 성과가 돌아오는 자영업만이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보고싶지 않은 사람을 더이상 안볼수 있는 환경을 누려보고싶었다.

결정적으로 단순한 하나의 사실은,

장사를 하고싶어 퇴사를 한것이 아닌, 퇴사를 하고싶어 장사를 한것이다.

결국 일생동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장사란것을 시작하게 된것이다.

주위에 모든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라는 말을 듣고있던터라 가게오픈전 2주정도는 앞날의 걱정으로 밤잠을 잘수 없었다. 그러나 보고싶지 않은 한사람을 더이상 안볼수 있다는것만으로 마음은 또다르게 편안해졌다.


-어떤 장사를 할까?-

1. 어떤종류의 장사를 시작할것인지가 첫번째 고민이였다.

선택의 종류는 많지 않았다.

요식업의 경험이 없던 나는 장사의 교육과 식자재를 편하게 납품받을수 있는 '프렌차이즈'를 선택했다.

프렌차이즈중 B브랜드 피자를 선택했다. 몇년전 우리동네에서 배달해 먹었는데 다른피자집보다 맛있었고 2년전 폐업해 우리동네엔 없던 브랜드여서 그 피자집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2. 장사의 기반을 다질 가게 위치선정이 두번째 고민이였다.

종목은 정해졌고 장사를 할 건물을 찾으러 동네곳곳을 찾아다녔다.

6년넘게 이동네에 살았는데 이 좁은 동네곳곳에 이런저런 가게들이, 이런저런 건물들이 있는지 관심을 가진후에야 알수 있는 정도로 모르고 지내던 많은 가게들이 있었다. 또한 임대가 붙은 공실건물들도 많았다.

가게를 찾으러 다니던중 유독 한 임대건물이 눈에 들어왔는데, 내부엔 주방덕트 시설도 그대로 남아있고 위치도 거리의 맨끝 구석진곳에 2년정도 공실이였던 건물이라 월세도 다른곳에 비해 많이 저렴했다.

배달전문점을 계획했기에 가게위치는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구석이라 차들도 많이 없고 앞에 놀이터와 빈 공터도 있어 우리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은 환경이였다. 상권자체는 거의 C급위치라 할수 있었다.

이건물엔 배달치킨집, 배달피자집등 몇개의 가게들이 오픈과 폐업을 반복한 후 2년이상 공실로 남아있었던중이였다. 하지만 위의 설명처럼 크게 돈들어갈것도 없어보였고 아이들의 안전상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가게 구성 -

가게의 건물을 정한후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 주인과 직접만나 계약했다.

보증금 1500만원 월세는 50만원 가게는 17평이지만 반지하구조였다.

주변 상가의 월세가 평균 보증금2000만원에 월세가 130만원 이상인것을 감안하면 매우 싼 조건에 임대했다.

골목상권의 맨끝에 위치한 C급 상권에 반지하의 내부구조, 2년이상의 공실이였던점을 생각해보면 건물주인도 우리가 입주한것을 반겼을지도 모른다.

자는시간외엔 장사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은터라 생활은 가게에서 모두 할 계획이였다.

내부공간의 반은 주방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반쪽공간중 한쪽구석은 4평정도 가벽으로 방을 만들고 테이블 하나를 놓으니 가게내부엔 빈공간이 없었다.

주방은 오픈형으로 방문손님 누구나 볼수있게 공개된 공간으로 설치하였다.

방문손님 누구나 깨끗한 주방을 보며 안심하고 우리음식을 드실수 있게 하고, 나 스스로도 청결한 주방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4평정도의 방은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가게에서 우리와 함께할 또다른 집이기에 반드시 필요했다.

우리부부에겐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3학년의 딸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게내부에 방하나를 설치한것은 아이들과 우리가정을 위해 꼭 필요했던 공간이였다.

이제 장사를 위한 공간은 준비가 되었다.


-본사 교육-

가게 인테리어 설치기간동안 본사에 출근해 기본레시피와 장사를 위한 교육을 받았다.

기본교육시간은 일주일이였는데 인테리어 공사가 연장되는바람에 2주일로 교육기간이 늘어나 조금 더 배울수 있었다.

평생 라면을 끓이는것 말고는 음식에 대해 알지 못했던 나였기에 정말 집중하며 교육을 받았다.

본사 레시피를 달달 외우고 또 외워도 막상 실무에 들어가니 레시피를 보고해도 실수하는경우가 발생했다.

이것이야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손에 익을거라 생각하여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이전 직장에서의 근무경험이 도움이 된것도 있었다.

현장에서 기계관리를 해온터라 공구들이며 업무환경의 정리정돈엔 몸에 익은터라 이런습관들이 음식업을 하는것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정리정돈, 청결이 몸에 베여있기에 깨끗한 주방을 유지할수 있었다.


-장사시작-

2주의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내가게에서 일할 오픈일이 다가왔다.

가게유리에 오픈일을 공지하고 간판을 걸어놓은상태로 공사를 하였기에 그 2주라는 시간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었는것같다.

오픈당일 어떻게 우리가게를 알게되었는지 저녁부터 정신없이 주문이 밀려왔다.

아마 2년전쯤 우리브랜드의 피자를 먹어본 고객들이 우리피자가 오픈하길 기다린분들도 있었는것같다.

지금생각해보면 그당시 주문양은 편하게 해낼양였지만 피자조리가 손에 익지않았기에 정신없이 바빳던 기억이 있다.

이로서 평생 계획하지도 않던 말그대로 뜬금없는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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