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함은 절대 널 배신하지 않지

Unforgettable humiliation - 최악의 영어 실수

by Meirees

캐나다에서 8년이 넘는 유학생활을 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어느새 13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그곳에서의 기억은 서서히 옅어지거나 미화되기도 한다. 미리 준비해서 떠난 유학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영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서웠고 잘못 이해하고 틀린 대답을 할까 언제나 긴장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유학시절 했던 영어 실수들에 대해 악몽을 꾸곤 했다.


대학교 1학년 Biology 강의 중 지구에 존재하는 특이 생명체 (rare living organism-specie(s)) 하나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과제였다. 약 2주 준비하는 시간이 주어졌고, 본인 차례가 되면 무대에 올라 모니터에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띄워 발표를 하는 것이었다.


당시 유학 3년 차로 영어가 이제 막 잘 들리고 말도 쉽게 일상생활용 영어는 가능했다. 하지만 200명 앞에서의 발표는 무리였다. 미리 과제를 준비했고 미리 대본도 키 노트도 만들어 매일 연습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무대 위에 조명이 너무 강해서 강당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까맣게 아무도 안 보였는데, 너무 떨렸는데 차라리 너무 다행이었다. 혼자 연습했던 것처럼 차분히 잘해야지!라고 다짐했다.


발표를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웅성웅성 너무 소란스러웠다. 아무도 내 발표에 제대로 집중하고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인가, 내 발표에는 집중을 안 하는 것인가 기분이 안 좋았지만 계속해서 열심히 발표를 했고 마치고 나서 다들 박수를 쳐줬지만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발표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기다리고 있던 조교가 무안한 듯 본인 뒷 머리를 쓸며 수고했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몰랐다.


자리로 돌아가 제일 친한 친구 옆에 앉자 그 친구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I think you mixed up the words, you were supposed to say 'organism' but you said 'orgasm' instead, and you know what THAT means.... right?"


망..... 망했다.


organism(유기체)을 orgasm(오르가슴)이라고 했다니 그것도 발표 내내 계속 그랬단다. 적어도 열 번 넘게 그렇게 틀리게 계속 말한 것이다.


그 후 한동안 같은 강의를 듣는 친구들이 o-girl이라고 불렀고, 아직도 잊을만하면 그때의 악몽을 꾸곤 한다.

하지만 덕분에 organism이란 단어는 절대 잊지 않으리, 죽을 때까지 기억한다.


언어를 익히는 것은 창피함을 느껴야 남는다는 말이 맞다.


작가의 이전글당신과 함께하는 분유 온도 같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