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경마장에서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열립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과천 경마장에 오시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농수산식품을 싼 가격에 사실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시장에 나와 있는데 제 눈에 보이는 대로 말씀드리면, 제 옆으로 경남 하동에서 올라온 자두, 복숭아, 감말랭이, 충남 홍성에서 기른 고추, 호박, 양배추, 비트, 전남 영광에서 올라온 민어와 보리굴비, 맞은편으로 강원도 영월의 잣, 춘천의 닭갈비, 충북 음성의 잡곡(콩, 깨, 기장, 수수 등), 전남 해남의 김치(배추김치, 겉절이 등), 이런 식으로 경마장 입구부터 경기장 건물까지 약 300미터 거리에 좌우로 전국에서 올라온 농가 부스가 쭉 늘어서 있습니다.
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전국 최대의 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입니다. 이 시장이 시작된 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소개합니다.
‘바로마켓’은 정부가 위탁운영기관(임팩트마켓)을 통해 전국의 농가를 엄선(140개 내외)하여 운영하는 직거래장터입니다. 농가가 이곳에 입점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고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자신이 직접 생산한 농수산식품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도매시장 등에서 물건을 떼다가 파는 것은 허용되지 않죠. 그러니 100% 국산이고 수입 농산물 등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물건을 싸게 팔아야 합니다. 물론 물건가격은 개개 농가가 정하는 것이고 누구도 그것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의 가이드라인은 적어도 다른 시장보다 20% 이상 싸게 파는 것입니다. 정부가 시장을 열어 준 만큼, 농가는 유통단계 축소에 따른 이득을 가격 할인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농가는 확실한 판매루트를 확보하고 소비자는 싱싱한 물건을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라는 것이지요. 참여 농가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웰빙팜)는 금년 4월부터 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입점해 있는 농가를 매년 심사해서 하위 25%를 신규농가로 대체합니다. 매출실적, 벌점(무단으로 시장 불참, 시장 질서 문란 등의 경우 감점) 등을 종합해서 평가하지요. 탈락한 농가의 자리는 신규농가를 선발하여 채우게 되는데, 과일, 채소, 장류, 가공품 등으로 품목을 구분해서 심사하지요. 우리는 ‘가공품’(제철 야채로 만든 디저트 빵)으로 신청해서 입점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특히 가공품 분야의 경쟁이 치열했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매주 부스비 3만 원과 매출에 따른 수수료 1%만 부담하면 되니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조건이 무척 좋은 셈이지요. 농림축산식품부가 기본적인 시장 운영 예산을 부담하고 마사회가 장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런 혜택을 누리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공무원이 기획한 사업인지 아이디어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경마는 주말에만 열리고 주중에는 넓은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는 것에 착안한 것이지요.
시장이 생긴 지 오래되다 보니 초기부터 참여한 농가 중에는 돈을 많이 번 사람들도 있습니다. 건어물을 파는 어떤 농가는 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 과천에 아파트(17억 원 상당)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우리 옆 부스의 귀농 부부는 비닐하우스에 수확 시기가 다른 채소를 골고루 심어, 일 년 내내 이 시장에 가지고 와서 팝니다. 자기가 농사지은 작물을 직거래하니 수익도 괜찮은 편이라 자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기에 고생했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사람들 접촉이 금지되던 때라 넓은 주차장에 차량 통로를 만들어 Drive through 방식으로 장사를 했다고 합니다. 채소나 과일은 그래도 필수적인 것들이라 웬만큼은 팔렸는데 과자나 다른 가공품들은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시장은 좋은 점이 아주 많습니다. 우선 교통이 편리합니다. 지하철(4호선 경마공원역)을 이용하셔도 되고, 자동차를 이용하시면 아주 편합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주차 공간이 항상 여유롭고, 카트를 이용해 장을 보고 주차된 차까지 끌고 가 짐을 실을 수 있으니 무척 편리합니다.
또한 전통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라 흥정만 잘하면 물건을 아주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전문 장사꾼들이 아니고 농부들이라 약간 어리숙하기도 하고, 자기가 농사짓거나 만든 물건들이라 말만 잘하면 덤을 듬뿍 주기도 하거든요. 아직 ‘바로마켓’에 가보지 않으셨다면 속는 셈 치고 한번 가보시죠.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ㅎㅎ 시장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