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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좋은 이유

일상 점검 프로젝트 (7)

by 노랑오리

언젠가 한번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아내에 대해 조금 아쉬운 점이 있고, 아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런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판단 근거를 말씀하시면서 조목조목 이야기하셨다.

듣고 있을 때 몇 가지 감정이 교차했지만 그다지 반응하지는 않았다.

우리 어머니 입장에서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셔도 나는 내 아내가 제일 좋다'


누구나 내 아내에 대해 아쉬운 점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아내에 대해 사람들이 그만큼 모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아내는 그래, 한국에서 정량적인 수치로 표현하는 스펙 상으로만 보면

나보다는 조금 아쉬운 점이 꽤 있다.

그리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싹싹함, 든든함 이런 점에 있어서도 약간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어른에게 다가가지도 않고, 무슨 힘든 일을 겪을 때 단단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내가 보기에 나의 반려자로서 단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내 아내는 내 인생에서 내가 항상 쓰고 있던 가면을 처음으로 제대로 벗게 해줬고,
가면 밑에 숨겨왔던 내 부족한 부분까지 그대로 포용해 준 지금까지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 부모님은 내게 기대감이 항상 컸다.

든든한 아들이기에 기대도 많이하고, 너는 그래서 안된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내가 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원하는 가면을 써주고 살아왔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내가 무슨 생각을 숨기고 있었으며, 내가 왜 그렇게 반발심이 많은지 이해하지 못한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우리 아내는 나에 대해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사실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내가 단단해 보이고 든든해 보이려고 하는 그 밑에

내가 얼마나 상처입고 사실 속으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내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사소한 거짓말이 무엇인지

내가 나를 구박할 때 말리고 나를 아껴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결혼할 확신이 들어서 결혼을 했고

나는 언제나 결혼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정량적인 스펙을 많이 따졌었지만,

그런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준 것도 참 고맙다.


그 외에도 참 좋은 점들이 많지만

다음 기회에 좋은 점 하나하나를 심층분석해서 글로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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