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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되찾기

하루를 의미있게 살기 위한 생각 혹은 경험담 (1)

by 노랑오리

현재 있는 회사는 어떤 면으로는 참 좋은 곳이다


실적 압박 없지, 일도 그렇게 힘들지 않지, 왠만하면 고용도 종신이다.

심지어 '임시직원'이라는 멸칭이 있는 임원들 조차도 거의 그렇다.


그러나 성과를 어떤 시간 내에 내는 것에는 상당히 부족한 점이 있고,

안일한 조직 문화로 인해 계속해서 침체되는 분위기 또한 쉽지 않다.

거기에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눈총 주는 분위기도 있다.

회사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KPI 기반 관리를 제안했더니

어떤 임원은 절대 반대를 외치며 어차피 잘 안된다고 하지를 않나...


'아니 어차피 잘 안되니까 안할거라면
대체 회사에서 신 프로젝트를 왜 추진하는건가?

KPI 도입보다도 훨씬 가능성이 낮은 일인데?'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조용히 있었다.

어차피 이런 문제는 개인의 이득을 중시하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결코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서를 이동하고 사업기획팀에 있으면서 초반에는 여러 일을 추진했다.

그 중에 성공적으로 해낸 일 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반대에 막혔다.

그리고 또 조직이 변화가 되고 나서는 내가 하던 일을 대부분 놓게 되었다.

경영진이 실무조직과 직접 접촉해서 밀실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공유하지 않은 상태로 본인만의 행동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어떤 정보를 모아서 자료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지원해야하는 우리는

그냥 허공에 붕 뜬 상태가 된 것이었다.


뭘 해봤자 어떤 의미가 있나는 생각이 드니 무기력해졌다.

무기력해지니 회사라는 공간은 시간 때우기로 채워졌다.

점점 내 자신의 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서 초조해졌다.


한창동안 그렇게 무기력한 상태에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서를 마구마구 써서 이직 준비도 하고,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에게 이야기 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처음에는 여기서 도망가서 새로운 곳에서 광명을 찾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준비하면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무기력했던 내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는게 약간이나마 생기니까

내 몸과 정신에 서서히 시간이 걸려서 활력이 돌아오는게 아닌가?


할 일이 생기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신은 이전보다 보다 명료해졌으며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 쉽게 인정하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조금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 결과와 이직 면접 결과가 안나왔는데도 긍정적이게 된 것이었다.

이걸 깨닫고 나니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구나

그냥 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내고,

내가 경험을 쌓아서 성장해나가는 이 느낌이 중요했구나


그럴려면 작은 주도권을 나에게 가져다줘야했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경우에도 이 내용이 통용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주도권 되찾기가 나의 중심 잡는 방법이라는걸 배웠다.

이것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사람의 기억은 유한해서 또 언제 어리석게도 잊어버릴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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