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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혜다 Feb 20. 2024

아이가 보는 영웅과 악당

악당을 먼저 보고 따라 하며 배운다

아이들에게 영상매체를 안 보여 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우리 집 1호가 어렸을 때는 최대한 TV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더 일찍부터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매체를 접하게 된다.


1호에게 영상매체를 보여주기 시작할 때 나도 항상 아이와 함께 TV를 보았는데 아기들이 보도록 만든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짜증을 내고, 서로 탓하고 비난하거나 괴롭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말을 배우는 시기의 아기들에게는 굉장히 자극적이게 느껴질 만한 모습들이었다.

심지어 악당이 나오는 작품들은 ‘이 멍청아!’, ‘바보 같은 놈’ 등의 대사들도 수시로 나왔다.

아이들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순화시키긴 했으나 어린아이들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될만한 말들이었다.


나는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처음 아이를 키우면서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속어보다는 표준어로 이야기하게 되었고, 작은 도로도 꼭 횡단보도로 건너가거나 신호를 지켜서 건너가는 식이었다.

과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은 작품은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 집 1호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굴러가는 바퀴. 자동차를 정말 좋아했다.

다른 아이들이 자동차에서 공룡으로 흥미가 옮겨가는 시기에도 자동차에만 빠져있어서 ‘꼬마버스 타요’를 정말 좋아했다.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스토리가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로 되어있고, 아이가 배울 수 있을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교통규칙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이야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 새로운 친구의 적응을 도와주는 이야기 등등

이후에는 ‘바다탐험대 옥토넛’을 보여주었다.

탐험대가 함께 바다를 탐험하며 어려움에 처한 바다생물들을 도와주는 이야기인데 함께 보면서 나도 모르고 있던 바다생물들에 대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 탐험대 모습에서 리더십과 협동심을 보여주고, 힘든 동물들을 도와주는 모습 등이 참 좋았다.


아이를 보여주며 같이 보다 보니 꽤 많은 애니메이션을 보았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페파피그’였다.

가족 간의 일상에서 아이나 어른이나 사고도 많이 치고 속상한 일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언제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육아에 지쳐가던 나에게도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고,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작품이었다.

자라면서 이미 자극적인 내용에 익숙해진 1호는 ‘재미없어~!’라고 하며 보고 싶지 않아 했지만
2호는 조금 더 어려서부터 봐서인지 다행히 재미있어하며 보았다.


나는 대개 유아 교육이나 심리학 쪽으로 먼저 발달한 서양의 작품들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옛날 일본 작품들이나 그런 작품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은

여자 캐릭터가 여성스러움이 강조된 연약한 이미지, 짧은 치마를 입고 큰 눈에 8등신 비율이거나 악당에게 잡혀서 괴롭혀지는 모습이나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림당하는 모습 등이 나온다.

나는 그런 애니메이션들을 웬만하면 안 보여주려고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결국은 조금씩 다 보여주고 있다.

나름대로 함께 보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선악이나 옳고 그름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이제는 아이도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며 볼만큼 자라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보는 어린 동생들은 재미있다며 악당 흉내를 낸다.
요즘 우리 집 3호와 4호는 ‘스파이디 그리고 놀라운 친구들’을 가장 좋아하는데,
스파이디 보다는 그린 고블린, 옥박사, 라이노를 더 좋아한다…

물론 그렇다고 동양 작품들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웃집 토토로처럼 자연친화적이고 가족 간의 사랑이 나오는, 신비하면서도 재미와 교훈을 주는 작품도 있다.


라떼는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재미있다며 다 보았지만, 지금은 그걸 볼 아이들을 고려한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한, 아이들을 위한 작품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페파피그’와 ‘이웃집 토토로’를 추천한다.


표지 Photo by Alexander Dumm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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