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책 읽기
아기들에게 책에 흥미를 붙여주는 일은 꽤 쉽다.
아이들의 동화책은 그림이 많고 글이 적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그림위주로 되어있다.
책을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책의 내용보다는 그림을 보여주며 아이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책 속의 그림에 나오는 엄마, 아빠, 아기, 토끼, 강아지, 새, 구름, 세모, 네모, 빨간색, 노란색 등등
다양한 그림들을 보며 단어와 의성어들을 알려주었다.
“깡충깡충 토끼다”
“와~ 빨간 사과네”
아이들도 따라서 단어와 의성어를 배웠다.
말을 어느 정도 배운 후에는 그림책의 내용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대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계속해서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자동차가 나오는 책, 공룡이 나오는 책, 공주가 나오는 책 등
엄마는 다양한 책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다른 책을 읽어주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고집한다.
나는 이럴 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자연스럽고 좋은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감정을 존중해 주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계속 읽어주었다.
그러면서 아이는 책이라는 것에 좋은 감정이 쌓였다.
다른 책을 보여주고 싶을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과 함께
“그럼 우리 그 책 한 번 읽고, 이 책도 읽어볼까?”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고 엄마의 마음도 이야기해 준다.
자연스럽게 아이는 책을 좋아하고, 매일 책을 읽어달라며 가지고 온다.
우리 집 1호는 어렸을 때 책을 정말 좋아했고 가장 많이 읽어주었지만, 지금은 ‘책은 재미없어~’라고 한다.
그렇다고 아예 보지 않는 건 아니고, 혼자서도 곧잘 읽는다.
하지만 같이 보자고 하거나 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재미없다고 말한다.
특히, 두꺼운 책은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점점 두꺼운 책도 읽어야 하지 않은가
어느 날에는 우리 집 2호에게 그림이 많은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문득 아이가 책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림을 계속 보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책 읽기보다는 TV와 같은 영상매체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점점 책에는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와 책 읽기에 대해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외국 드라마(힐링물)를 자주 보는 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어느 날은 드라마에서 부모가 잠자기 전 아이와 침대에 앉아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보았다.
이후에도 드라마를 볼 때에 비슷한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침대에서 책을 읽어주다 아이가 잠들기도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이제 자자며 아이와 굿나잇 인사를 하거나 벽난로 불이 타닥타닥 타고 있는 거실에서 책을 읽어주다가 한참 긴장이 고조될 즈음 책을 탁 덮고 이제 잘 시간이라며 내일 마저 읽어주겠다고 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런 장면들을 보고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아이에게 얇은 동화책만 읽어주지?
우리나라도 옛날에 할머니들이 ‘옛날옛적에~’ 전래동화를 들려줄 때 가장 재미있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딱 끊고 내일 마저 들려준다고 했었고, 어른들의 드라마도 가장 집중해 있고 흥미진진할 때에 다음 회 예고를 보여주며 끝난다.
그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두근두근 기다려진다.
그거다!
책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 시기부터는 두꺼운 책을 읽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적고, 글이 많은 책들은 그림 대신 글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글을 읽었을 때, 내용이 더 흥미롭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그 재미를 아이에게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책에 대해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림만 보던 아기일 때를 지나, 책의 이야기를 듣는 시기가 되면
‘읽어주는 책’은 점점 두꺼운 책이어야 하는구나!
그렇게 나는 책 읽기도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춰서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그러고 나니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책 읽는 시간은 이야기에 집중하며 상상하고, 듣는 습관을 기르는 좋은 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그림보다는 글이 많아지고 점점 두꺼워질수록 읽어주는 것이 힘들고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육아를 하면서 부모로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표지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