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도 인문책을 읽어야 한다.
한참 기술을 익히던 즈음에는 기술 서적(프로그래밍, 알고리즘 등)을 주로 읽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 내에서 후배들이 많아지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점점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던 30대 중반쯤(여의도에 있던 회사 다니던 시절) 언젠가 남 탓, 회사 탓만 하는 나를 보고 마눌이(사람 관계 관련 강사이기도 했음)가 충고했던 때 느낀 감정은 그러한 비판이 사실 나의 부족함을 배설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공감을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했고 사실 돌아보면 다양한 환경과 사람에 대한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판단했다.
외국계 R사로 회사를 옮겼던 시절 매니저가 우연히 논어책을 한 권 주셨고 맘에 드는 문구들 5개를 발췌, 프린트해서 책상 앞에 붙여놓고 되뇌고 또 되뇌었다. (아래는 그중 2개) 앞선 기술 서적 공부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배워서 늘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였고, 불환인지불기지 환불지인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라 하여, “남이 나를 알지 못함을 탓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탓하라”로 쓸데없는 인정욕구 부리지 않고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빠도 어떻게든 몇 쪽이라도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이후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보니 나와 의견이 다를 때 “틀렸다”라고 이야기하던 것을 “다르다”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역사는 챗바퀴를 도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다 내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화엄경에 나오는 성어이며,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의 의미이다. 이병헌이 주인공이었던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 내레이션을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나온다.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라는 스승과 제자의 문답으로 시작하는데 위의 일체유심조의 내용이다. 법륜스님의 말씀을 예로 들면, “달을 보고 슬픈 감정을 느꼈다고 가정하자. 그럼 달이 나에게 슬픔을 준 것일까? 아니면 본인 스스로 슬픈 것일까?” 삶은 자신의 주관에 달려 있고 해석하기 나름이다. 아름다운 면으로 보면,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고, 삐딱한 마음을 가지 사람은 모든 게 삐딱하게 보일 것이다.
“거울”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가진 모든 문제들은 바로 “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계발서는 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그 책을 다시 보게 되면,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시 잡게 하는 묘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책은 나를 돌아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공감’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다.
고전이라면 당대에 살지 못하던 나를 그 시대로 돌아가 탐험하게 하는 타임머신 같은 도구라 생각한다.
책 속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내면과 맥락을 따라가며 “왜 저러는 걸까?”라는 것을 구조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도 그 이유(배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게 되면 나 자신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글을 쓸 수 있도록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내게 준다.
인문한 책들은 나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나의 철학 기반을 만들어주고 비논리적인 비난, 불평에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기둥을 만들어 주고 있다.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상황이라면 베스트셀러 책 ‘미움받을 용기1)’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1) 철학 좀 공부했다는 사람들은 아들러의 사상을 제대로 입히지도 않았다고 평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더냐. 나에게 도움 되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