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엄마 얼굴

내 기억 속 엄마의 얼굴은 슬펐다.

by 유진




동생 손잡고

둥둥 떠다니는 발걸음으로

달려간

노란 간판집



두리번두리번

어딜 봐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고불고불 파마머리

아주머니랑

알 수 없는

엄마의 표정



동생은

신이 나고

자꾸만 어두워지는

엄마의 얼굴



나는 알 것 같았다

엄마의 얼굴



비장한 목소리로

외친 내 목소리

이거 주세요

이거 주세요



돌아오는 발걸음은

자꾸만 무거웠다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볼까요? 7살의 기억입니다. 제 기억 속의 우리 집은 가난하지 않았는데 사실은 꽤 힘들었나 봅니다. 동생과 신나게 놀던 여느 때와 같던 날이었어요. 엄마가 좋은 거 사준다고 같이 가자 하더군요. 우리 남매는 신이 나서 제자리 뛰기를 하며 잔뜩 흥분했었어요. 우리에게 장난감이란 건 아주 귀한 것이었거든요. 기껏해야 종이 인형 만들기나 밖에서 소꿉놀이를 하던 게 전부였으니까요.



한 손은 엄마손 잡고 한 손은 동생 손을 잡고서 한발 뛰기를 번갈아가며 뛸정도로 흥분했었죠. 가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드디어 노란색 간판의 장난감 가게 앞에 도착했고 저는 들어가기 전부터 긴장이 되었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인형이었고 그다음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었어요.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죠. 고불고불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가 큰 목소리로 블록 장난감을 보여주며 뭐라 뭐라 이야기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 장난감이 얼마나 좋은지 말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장난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알록달록한 블록에 홀딱 반해서 정신없이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 있었죠.



그런데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던 엄마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어요. 조금 긴장한 것 같았던 엄마는 아주머니의 말이 길어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거든요. 7살이었는데 어떻게 엄마의 표정을 보고 그런 마음을 느꼈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엄마의 그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슬픔이어서 7살 아이의 눈에도 보였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때부터 웃을 수가 없었어요. 제 동생은 여전히 장난감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엄마의 목소리는 작아졌고 아주머니가 말이 많아질수록 엄마는 말이 없어졌어요. 저는 그 순간 저 마녀에게서 엄마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소리쳤죠.

"이거 주세요!" 제 목소리에 가게에 있던 사람들의 행동이 멈췄어요. 저는 다시 소리쳤어요. "이거 주세요!"

그제야 밝아지는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엄마의 슬픈 눈도 다시 웃음을 찾게 되었지요. 아주머니는

좀 당황스러워하셨지만 프로다운 자세로 작은 장난감도 소개해주었어요. 엄마는 아까보다 여유롭게 설명을 들었죠.



돌아오는 우리의 손에는 작은 블록 장난감 통과 작은 장난감들이 있었어요. 엄마와 동생은 밝은 목소리로 이걸로 뭘 할 건지 이야기를 했지요. 하지만 저는 가는 내내 조용히 듣기만 했어요.

노란 간판집을 갈 때는 날아갈 것 같고 발이 둥둥 뜬것 같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발이 너무 무거웠거든요.



사실 저는 큰 블록 장난감이 갖고 싶었어요. 간판집에 들어갈 때부터 그 장난감에 홀딱 반했던 건 저였답니다. 아주머니의 설명을 들을수록 더 신이 났고 그걸로 성을 만들 생각에 마음이 쿵쾅거렸지요. 엄마의 슬픈 눈을 보지 못했더라면 저는 엄마를 울게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엄마가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은 블록을 고른 건데 제 마음은 기쁘지 않았거든요.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죠.

슬프다는 감정을 처음 배운 날이었어요.






어른이 돼서 그날을 기억해봤어요. 그냥 지나간 기억일 뿐일 텐데 다시 꺼낸 기억은 아팠어요. 어린 저의 마음에 슬픔이란 감정이 처음으로 들어온 날이어서 그럴까요? 이제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답니다. 지금의 저는 그때의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아요. 어렸던 엄마는 얼마나 슬펐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어렸던 엄마가 안타까워요. 아이에게 주지 못하는 슬픔은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엄마도 처음으로 장난감을 사주는 기쁨이었을 텐데 돌아오는 순간 엄마도 속으로 웃지 못했을 것 같아요.



엄마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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