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는 무서운게 많아요.

아이가 느끼는 불안의 형태

by 유진




제 아이는 평소에 아주 명랑하고 엄청난 개구쟁이여서 사람들은 아이가 겁이 많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답니다. 보이는 모습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거든요. 그런 겁많음은 엄마와 있을 때 솔직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랍니다. 사실은 학교에서도 화장실 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변기 물을 내리고는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뛰어나오지만 친한 친구들도 아이의 무서움을 눈치채지 못하지요.


그나마 낮에는 덜하지만 밤이 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잠을 자야 하니 집안의 불도 꺼야 하는데 그렇게 어두워지는 집을 너무 무서워하지요. 그래서 저희 집에는 구석구석에 작은 전등이 있어요. 집안이 깜깜 할 땐 구석진 자리가 더 무섭거든요. 이제 초등 3학년이 된 아이지만 아직 수면등을 사용합니다. 어두운걸 유난히 무서워하는 아이에게는 약간의 조명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작고 귀여운 수면등이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지요.


생각해보면 제 아이는 아기 때부터 유난히 밤을 싫어했어요. 어두운 게 무서워서 그렇게 울기도 했구나 싶어요. 그때는 저에게 말을 못 했으니 그저 무서워서 더 울었겠지요. 지금은 작은 일에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그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답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에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는데 그렇게나 상상력이 좋으니 온갖 괴물들도 많이 떠오르겠다 싶어요. 처음 시작은 아이가 동화책에서 괴물을 보고 난 뒤였던 거 같아요. 원래도 어두운 걸 싫어했었는데 괴물이 진짜로 있다고 믿어버리니까 무서움이 너무 커져버린 거죠. 제발 어린 유아들이 보는 동화책에 무서운 괴물 이야기는 쓰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시기의 아이들은 무엇이든 믿어버리니까요. 인형도 살아있다고 믿고 동화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가 진실이 이라고 믿는다구요. 티브이 만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으니 괴물이 얼마나 무섭겠어요.


제 아이는 10살이지만 아직도 괴물의 존재를 믿는답니다. 제가 아무리 없다고 얘기를 해줘도 그렇지 않다네요. 엄마 눈에만 보이지 않는 거랍니다. 아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괴물 캐릭터를 저에게 그려주는데 만화에 본 것도 있고 그림으로 본 것도 있어요. 한동안은 신비 아파트에서 본 캐릭터들을 그려주며 너무 무섭다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가 그린 그림에다가 캐릭터 재창조를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인프피잖아요? 저도 절대 평범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아이의 이런 상상력을 이해한답니다. 제가 덧그린 그림을 보면 아이는 뒤집어지게 웃어요. 그게 재밌어서 저에게 자꾸 그림을 그려주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림만 그려주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기도 해요. 얼마나 웃기고 재미있는 캐릭터인지 느껴보라고요. 그러면 제 아이는 제 연기를 따라 하며 깔깔거리고 웃지요.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캐릭터가 처음보다는 덜 무섭게 느껴진답니다.


엄마의 유머감각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아이의 감정이 너무나 불편할 때 빠르게 전환시켜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요. 저의 인프피적인 독특한 성향도 그 유머에 한몫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거 제가 재미있어서 한 거거든요. 같이 깔깔거리다 보면 개그욕심이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제 아이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다고 해줬어요. 어느 날은 저에게 광대라고 해서 제가 잘못들은 줄 알았었죠. 다시 물어보니까 전래동화에서 광대가 나와서 우스운 행동들을 하는 걸 봤는데 꼭 엄마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몸개그가 아이를 즐겁게 해 준거 같아서 기뻤지요. 때로는 이렇게 아이가 느끼는 무서움도 유머감각으로 전환시켜줄 수도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아이의 광대가 되어 제 아이의 무서움을 흩어버릴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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