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냥 나를 기다려주자...
두 달이다...
4달 동안 앞만 보고 달리다 멈춘 상태로 딱 두 달이 되었다.
내 상태가 멈춘 상태라는 걸 인지하는데 한 달이 걸렸고..
그렇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한 달... 인지한 상태로 한 달.. 이렇게 두 달이다.
일주일 전에는 내가 다시 일어날 거 같았는데..... 달팽이가 인간의 딱 한걸음만큼만 이동한 그런 느낌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나를 파고드는 생각을 한다.
우울증이라기보다는 내 무의식을 파고드는 기분이다.
내가 나를 너무 알 수 없을 때...
그럴 때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거...
내가 왜 이러는지 알고 싶어서 계속 나 자신을 파고든다..
이런 것 또한 무의식적으로도 하고 의식적으로도 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밖을 떠돌았다. 내 아이는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고 친구를 만나 노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전화를 걸면 " 나 더 놀 거야! " 하고는 끊어버린다. ㅡ..ㅡ 녀석.... 신났지...
그렇게 노시느라 6시 넘어서 귀가했지..
나의 보살핌이 필요 없을 하루여서 나는 그냥 밖을 떠돌았다.
나야말로 집에 들어가기 싫었나 보다.
집시도 아니고 집도 있는데 차를 끌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렇다고 좀 달린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데나 여기저기 주차를 해놓고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냥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지...
돌아다닐 기운도 없었고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았고...
오늘 하루는 참 이상한 기분이었고 그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도서관에서 용 선생 만화 한국사를 10권을 빌려왔고 아이에게 전해주니 받자마자 10권을 쉬지 않고 읽어버리네...
역사를 참 좋아하는 아이다.. 수학은 무슨 몬스터 취급하고 영어는 관심도 없는데...
덕분에 나도 할 일을 하며 또 생각에 잠겼다.
이번엔 의식적으로 생각하다가 가라앉은 마음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고 2시간가량 바둥거린 끝에 축 쳐졌던 마음은 억지로 좀 올라왔다.
너무 심하게 다운이 되면 저장해둔 영상을 틀어놓고 어느 정도 올라올 때까지 반복해서 본다.
오늘은 2시간이나 같은 영상을 본 거 같다.
그 효과가 2시간 정도 간 듯..
오늘따라 지나칠 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 상태가 계속 이렇게 왔다 갔다 해서 두 달간은 브런치에 글도 잘 안 쓰게 되었지...
아이를 재워놓고 내가 왜 이런 건지 다시 생각해봤다.
내 마음이 100이라 했을 때 그것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 한쪽 마음이 꽤나 불편했나 보다.
오늘 내가 유난스러울 정도로 가라앉은 건...
명절이다. 그래 명절..
몇 년 전부터는 이런 명절이 참... 불편하다.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산책하는 가족을 봤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보지 않으려 했다. 그래 나는 불편했으니까..
이런 부대끼는 마음..
어쩔 수 없지... 마음이 불편하면 뭐... 그냥 느끼고 말아야지..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면 명절이 지나가고 또 시간은 가는 거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설날이 오면 또다시 부대끼는 마음을 느끼고 불편하고...
그렇게 뭐 또 시간이 가고 그런 거지 뭐...
아무렇지도 않은 날이 오면 좋은 거고..
그게 아니라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나의 불편하고 부대끼는 마음과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어우러져 내 마음을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기는 거 같다.
이런 마음이 비라면 비를 맞고 바람이라면 바람을 맞고...
그냥 그렇게 지나가게 두자... 그 시간 동안 내가 웃지 않아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려주자..
이젠 이렇게 나도 변해가고 있다.
내 마음이 이런 걸 나는 비난했고 자책했다.
내 마음을 토닥여주는 사람이 없는데 내가 나를 비난하니 내 마음 붙일 곳이 없어서 외로웠나 보다.
한 번씩 이렇게 감정이 확 밀려오는 때가 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 몇 마디로 다시 괜찮아지지는 않는다.
내 주변에 모두가 외롭지 않을 때 혼자 둥둥 떠있는 섬 같은 나는..
그냥 혼자 둥둥 떠있으면서 그렇지 않은 척 함께 웃는다.
외로움이나 막막함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해지는데 곁에 있는 사람들은 나의 외로움을 잊었다.
그래... 모두가 그런 나를 잊었다.
그런데 어쩌니..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해지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시간을 즐길 때 나는 즐겁지 않지만 함께 웃는다...
나는 원래 무서움이 너무 많아서 불면증이 있던 사람이었다.
자취를 할 땐 티비를 켜놓고 잠을 자야 할 정도로 겁이 많았다.
이런 내가 아이를 위해 강한 척을 한다.
무서워서 밤에 자기 힘들어하는 내 아이를 힘들게 재우고 나면 나를 닮아 미안해지지...
그래서 나는 강한 척을 한다.
밤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잃었을 때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겁에 질렸었지만 강한 척을 했지..
며칠 집을 비우고 돌아왔을 때 누군가 침입하려 한 흔적을 보고 덜덜 떨렸지만 강한 척을 했지..
무거워서 주저앉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옮긴 뒤... 심한 근육통에 진통제를 털어 넣고도 강한 척을 했지..
자잘하게 고장 난 것들을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몇 시간이고 매달려 고치며 아이에게는
만능 인척을 했지..
아이는 나의 두려움을 모르길 바랬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단 한 번도 아이 앞에서 울지 않았다. 그 모든 시간은 아이를 재우고 난 뒤다.
참기가 어려운 날은 잠이 드는 순간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고 지나갈 시간이다.
나를 믿고 의지하는 내 아이에게 나는 두려움이 없는 엄마이다.
아이가 있는 공간에서만큼은 나는 그런 사람의 얼굴을 한다.
몇 시간 뒤 아침이 되면 명절이라고 학교에 안가 즐거울 내 아이와 함께 외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간다.
함께 웃고 함께 지내다 그렇게 올 예정이다.
외롭지 않은 내 곁의 사람들 틈에 있을 때 나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냥 그 시간 동안 함께 웃다가 오면 되는 거지...
내 곁에 있는 그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